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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커피 노동자들을 위해 커피 산업을 바꾸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커피계의 샤넬, 이탈리아 커피브랜드 일리 (illy)’ [쇼미하이엔드]

‘나는 아버지가 눈물이 고인 채 힘주어 말하던 모습을 영원히 잊을 수 없다’

이 커피브랜드의 2대 계승자는 이렇게 창업주였던 아버지를 말한다. 

'아버지는 우리의 가업이 속한  커피 산업을 설명하면서 그 수익이 커피원두를 공급하는 개발 도상국의 가난한 농부들에게 더 많이 돌아가야 한다고 하면서 눈물이 고인 간절한 눈으로 이야기했다. 그는 안방에 앉아서, 카페에서 여유롭게 커피를 즐기는 사람과 뙤약볕아래 허리를 꺾어가며 일을 하는 노동자들과의 엄청난 격차를 이야기하면서 그가 느끼는 깊은 좌절감을 말했다'고 에르네스토 일리는 창업주를 회상했다. 그리고 그의 커피브랜드는 이 현실에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커피산업에 대한 꼿꼿하고 이 투명한 철학, 바로 이탈리아 커피 브랜드 #일리이야기다. 

이탈리아의 커피 브랜드 #일리illy 는 사실 감성을 과학으로 풀어내 성공한 경우다. 사람들은 일리를 ‘롤스로이스Rolls-Royce 커피’ ‘샤넬 커피’ 와 같은 별명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비싸게 대접받을 만한 ‘일리’ 있는 커피라는 뜻이 담긴 것 같다. 

일리의 강점은 독특한 ‘관觀’에서 온다고 할 수 있다. 일리는 커피 를 ‘과학’으로 본다. 가장 감성적인 제품을 가장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보통 최고의 에스프레소를 추출할 때 원 두 사용량, 수질, 추출 온도, 추출 압력 등 열 개 정도의 지표를 체크 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일리는 이보다 여섯 배 많은 60여 개의 항목을 체크한다. 맛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색상, 밀도, 점도, 거 품의 크기와 지속성 등 60가지로 세분하여 관리하는 것이다. 혀를 내두를 정도로 철두철미하고 과학적인 분석과 접근은 창업 주의 이력과도 관련이 있다. 1933년 일리를 창업한 프란체스코 일리 Francesco Illy는 기업가이자 과학자였다. 그는 일레타Illetta라는 기계와 질소압축공법을 개발했는데, 일레타는 보통의 증기 대신 압축공기를 사용해 훨씬 안정적인 품질의 에스프레소를 뽑는 기계다. 질소압축공 법은 매장까지 균질한 제품을 보내기 위해 캔에 공기를 빼고 질소를 채우는 것이다. 이 질소 캔 덕분에 일리 매장의 커피 맛은 한결같기로 유명하다. 두 가지 모두 오늘날 일리를 떠받치는 주춧돌과 같은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리의 철학이 완성된 데는 2008년 타계한 2대 회장 에르네스토 일리Ernesto Illy의 역할이 컸다. 볼로냐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 한 그는 언뜻 보면 아주 단순하다고 할 수 있는 커피 추출 단계를 세 세하게 분해했다. 원두 건조에서부터 마지막 물 내리기 단계까지, 화 학자로서의 자질을 총동원해 맛과 향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룰 수 있 는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했다. 일리는 완벽한 커피를 위해 4M을 중요 시하는데, 미셀라Miscela라고 하는 커피 블렌드 기술, 마치나도자토레 Macinadosatore라 불리는 분쇄기, 에스프레소 머신 마키나Macchina, 바리 스타의 손을 뜻하는 마노 델 오페라토레Mano dell operatore가 그것이다. 그 유명한 모카자바Mocha Java도 예멘의 모카와 인도네시아의 자바 커 피를 섞은 세계 최초의 블렌딩 커피라는 사실만 보아도 블렌딩이 얼마 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데, 일리는 처음 블렌딩에서부터 마지막으로 추출하는 바리스타의 손이 할 일까지 분석해 컨트롤하기 때문에 최고 의 커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에르네스토는 아버지 프란체스코가 닦아놓은 하드웨어 위에 화학 기술을 활용한 절묘한 블렌딩을 얹어, 마치 꽃다발처럼 풍성한 맛 과 향의 일리를 창조해냈다. 



에르네스토는 에스프레소에 대해 화학 적·수치적으로 명쾌하게 정의한다. 그가 내리는 화학적 정의는 ‘당 질, 유기산, 단백질, 카페인 등이 녹아 있는 추출액 위에 미세한 기름 방울이 유화상태로 거품 층을 이루고 있는 음료’이다. 수치적 정의는 ‘커피 원두 50개를 분쇄해 얻어지는 7그램의 커피 가루에 섭씨 90도 이상의 물을 9기압의 압력으로 가해 30초 동안 추출한 30세제곱센티미터 분량의 커피’이다. 심미 감상이 필요한 것들은 보통 세 단계의 음미를 거친다. 조향사들은 향수 제조시 탑노트(최초 펌핑 후 30분까지 나는 향), 미들노트 (펌핑 후 30분~4시간 사이에 나는 향), 베이스노트(가장 마지막에 은은하 게 남는 향)를 어떻게 연출할 것인지 고민한다. 와인은 처음 혀에 닿는 맛, 입안에서의 향, 그리고 마지막에 남는 풍미 단계로 감상한다. 커 피 역시 이러한 음미 심사에서 예외가 아니다. 한 잔의 커피가 살아남 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원재료의 우수함이 가장 중요하다. 에르네스토 일리는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만들려면 원두 50알이 필요한데, 한 알이 라도 잘못되면 오믈렛에 썩은 달걀 하나가 든 것이나 마찬가지다”라 면서 원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114단계를 거치는 품질검사 시 스템을 도입했고, 향기를 연구하는 향기 전문 연구소까지 설립해 혀뿐 아니라 코로 마시는 커피를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미국의 패션 브랜드 코치COACH의 CEO 루 프랭크퍼트Lew Frankfort 는 성공 비결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매직과 로직, 즉 감성과 이성의 결합”이라고 밝힌 적이 있는데, 과학적으로 접근하더라도 감성의 터 치는 사업의 성공을 위해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일리는 철저하게 과학 적으로 커피를 만들지만 실제 마케팅은 아주 감성적으로 실시해 매직 과 로직 사이의 균형을 잡았다. 일례로 많은 예술가들과의 컬래버레 이션collaboration을 들 수 있다. 제임스 로젠퀴스트James Rosenquist, 제프 쿤스Jeff Koons, 백남준 같은 재기 넘치는 팝 아티스트와 실험적인 거장 이 일리와의 작업에 기꺼이 동참했다. 특히 스와치와 티파니Tiffany의 디자이너였던 마테오 툰Matteo Thun 이 만든 일리 컬렉션 중 데미타스demitasse 잔은 독특한 디자인으로 유 명하다. 데미타스는 프랑스어로 ‘반半’이라는 뜻의 데미demi와 ‘잔’이라 는 뜻의 타스tasse의 합성어인데, 작은 커피잔 또는 이 잔에 제공되는 강한 커피를 일컫는 단어다. 이 잔을 들려면 손가락 하나를 손잡이에 끼우고 손바닥으로 마치 얼굴을 감싸듯 잡아야 하는데, 입술이 잔 가 장자리에 닿을 때의 느낌이 마치 연인과 키스를 나누는 듯 감미롭다. 이렇게 커피부터 커피잔까지 모두 모여 하나의 ‘일리’가 되는 감각적 인 체험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체계적인 과학과 꼬장꼬장한 고집으로 작은 커피 하나를 수많은 단계로 구분하고, 감성으로 마지막을 마감해, 넘볼 수 없는 차이를 만 들어내는 ‘일리 있는’ 커피, 일리. 사랑과 인정을 동시에 받은 힘은 바 로 매직과 로직의 절묘한 조화라고 할 수 있다. 


* 본 내용은 해당 브랜드로부터 어떠한 지원이나 협찬도 받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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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rno 이주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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