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엔드인사이트]빅사이즈 브랜드 '레인 브라이언트'는 편견을 넘어 어떻게 승자가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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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세상에. 저게 가능하기나 한거야?’

뒤뚱거리며 옷가게에 들어서던 엠마는 순간 탄성을 질렀다. 가게 안에는 자신과 똑같은 덩치의 여자가 두꺼운 니트를 걸쳐입고 활기차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뚱뚱한 여자가 니트를 입다니, 그것도 밝은 낮에 저렇게 당당히? 종업원은 엠마를 발견하자 밝은 목소리로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다가왔다. 엠마가 수줍게 다가서면서 물었다.

“저기 지금 입고 있는 그 니트, 나한테도 어울릴까요?”

종업원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요, 이 니트가 딱 어울리시는 체형인걸요. 너무 아름다우실거에요”

엠마는 그녀의 귀를 의심했다. “아름답다니, 내가?”


이 가게도 이 종업원도 모두 꿈에서나 일어나는 일 같았다. ‘그동안 난 속았어’ 그녀가 옷가게에 갈때면 늘돈을 쓰면서도 마치 죄지은 사람처럼 주눅이 들어야 했다. 혐오스런 표정은 둘째치고 사이즈가 없거나, 아니면 아예 뚱뚱한 사람에게는 팔지 않는다는 노골적인 말을 듣곤 했다. 옷가게의 점원들은 마치 그녀를 죄인 취급했다. ‘그런데 여긴 나보고 아름답다잖아’ 주변에는 엠마처럼 뚱뚱한 여자들이 마치 물만난 고기마냥 즐겁고 웃고 떠들며 옷을 입어보고 목걸이와 팔찌를 차보면서 쇼핑을 하고 있었다. 엠마는 마치 무언가에 홀린 것 마냥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자신감으로 당당하게 쇼핑을 했다. 가게에 머문 2시간 동안 엠마는 지금까지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옷을 고르는 희열을 맛보았다. 너무도 행복한 마음으로 두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 가게를 나오면서 엠마는 다시 한번 뒤를 돌아 사랑스런 가게의 모습을 보았다. 쇼윈도 위에는이렇게 적혀 있었다.

‘레인 브라이언트’.


바로 뚱뚱한 여자들만의 전용 브랜드, 레인브라이언트다. 레인브라이언트는 전체 미국여성의 42%가 특대 사이즈를 입고 있다는 통계에서 출발했다. 전체 소비자의 42%가 외면받고 있던 독점 시장의 맹주가된 레인브라이언트는 이렇게 탄생했다.

그 통계는 누구나 보았을텐데 누구도 사업화 시키지 않았다. 옷은 이뻐야 하고 세련되야 하고, 모델은 날씬해야 한다는 틀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레인브라이언트는 뚱뚱한 여자들이 일반 매장에서 소홀한 취급을 받아 일반 매장에 가기를 꺼리고, 어두운 색의 옷만을 골라 입으며 심리적으로 심하게 위축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초기의 레인 브라이언트는 브랜드 쇼핑백을 들고가기가 꺼려진다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창피한, 수동적인’ 마케팅을 했다. 하지만 리미티드가 인수한 이후 이를 완전히 뒤집었다. 뚱뚱한 것도 체형의 한 형태일뿐이며, 뚱뚱한 여성 역시 날씬한 여자들만큼 우대받아야 하며 또 뚱뚱하다해서 못입을 옷이 없다는 자신감 마케팅을 펼친 것이다. 레인브라이언트의 매장에는 뚱뚱한 직원들이 주로 근무한다. 아무리 뚱뚱한 여성이라도 자신들만큼이나 뚱뚱한 여성들이 옷을 골라주고, 계산도 해주니까 주눅도 안들고 기분이 좋다. 그리고 그 직원들은 모두 그간 뚱뚱한 여성들이 마치 입어서는 안되는 것처럼 되어 있었던 화려한 컬러의옷에, 두툼한 니트까지 아무런 걸치고 거침 없이 매장을 활보한다. 뚱뚱한 그녀들은 그 모습을 보고 왈칵서러움이 복받혔다. ‘아 나도 저런 화려한 옷, 그리고 스웨터까지 입을 수 있는건데 왜 그동안 기죽어 지냈을까’ 그들이 감동한 나머지 정신없이 옷을 쓸어담다가, 옆을 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진다. 거기에는 그간사이즈가 없어 착용하지 못했던 팔찌와 반지, 머리띠 같은 악세서리가 특대싸이즈로 즐비하게 놓여져 있다. 뚱뚱한 여성들을 토탈 패션샵. 이것이 바로 레인브라이언트가 발견한 독점 영역이었다. 레인브라이언트는 이 진공상태와 같은 독점시장이 주는 풍요를 누리며 씽씽 달렸다.


하지만 비즈니스 세상에서 새로운 세상의 정복이 여전히 유효할까? 활력이 떨어지는 저성장기에는 ‘새로운 시장의 발견’도 중요하지만 ‘빈칸 메우기 게임’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존재해왔던 시장중에서 틈새로 비어있던 시장, 그 시장 중에서 내가 호령할 수 있는 독점 영역을 찾아 자리를 잡는 것이 앞으로 내내 풀어야 할 ‘저성장기 숙제’와도 같다. 아무리 절대 비기를 지니고 다닌다고 해도 내 城이 없으면 뜨내기 무사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수많은 기업이 해왔는데 도대체 비어있는 시장이 있을까라고 묻는다면 '당연히 있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완벽하게 욕구가 충족된 적은 인류역사상 단 한번도 없었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