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시아가는 왜 발렌타인데이에 분노의 화살을 맞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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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브랜드 발렌시아가가 공을 들여 출시한 4개의 한정판 Hourglass 핸드백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아워글래스백은 13,900위안 (약 240만원)의 가격으로 출시되었다. 

광고 사진에서는 남성 모델이 한자로 '그는 나를 사랑한다'라고 적힌 빨간색 핸드백을 몽환적으로 바라보는 여성 모델 옆에 서 있다. 배경은 붉은 장미와 하트로 둘러싸인 폭포 배경이다. 언뜻보면 중국과 중국문화의 트랜드를 잘 반영한 듯 보이지만 중국 소비자들의 반응은 완전히 달랐다. 중국 소비자들은 모델이 못생겼다, 이런 설정은 중국문화에 대한 모욕이라는 등 인터넷에서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 중국소비자에게 지탄을 받고 있는 발렌시아가의 아워글래스백 >

 

발렌시아가의 문제도 있지만 또 다른 문제는 중국소비자들이 이러한 공격을 반복하고 있으며, 명품 브랜드는 이제 이를 예측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네티즌들은 정치나 자국의 내정 문제, 중국인에 대한 인종차별적인 행태같은 것에 과도한 흥분을 보이는 경향이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베르사체 , 마크 제이콥스, 코치 등은 '하나의 중국'의 문제, 즉 홍콩 대만 등에 대한 이슈로  큰 곤욕을 치렀다. 베르사체의 경우 새로 출시한  T셔츠에서 홍콩과 마카오를 중국 본토와 분리 표시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어겼다는 이유로 대대적인 비난 공세속에 모델이었던 중국배우 양미로부터 계약을 파기당하는 등 큰 낭패를 겪었다. 앞서 이탈리아 패션브랜드 돌체앤 가바나는 파스타를 젓가락으로 먹는 광고에서 중국인을 비아냥거리며 조롱했다는 이유로 인터넷에서 난타에 가까운 비난을 받았다.  



더 큰 우려점은 중국인들이 서양인의 눈에는 예뻐보여서 모델로 선발했지만 자신들이 볼때 못생긴 정도같은 극히 주관적인 느낌이나, 심지어 중국 모델의 얼굴에 자연적인 주근깨 까지도 과민하게 반응해 중국인들을 비하한다고 공격하는 것이다. 실제 글로벌 브랜드 Zara는 주근깨가 있는 모델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브랜드는 이런 사소한 문제까지 미세 지적하는 중국소비자들로 좌불안석이다. 

특히 중국과 서방 간의 긴장이 고조되어 중국의 애국심소비가 더욱 강화되고 있고, COVID-19 이후 과도한 소비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며 명품 브랜드가 자주 표적이 되고 있다. 

미중 마찰에 따른 중국의 애국소비를 보면 1905년에 발생한 '미국상품불매운동(The Anti-American Boycott of 1905)'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당시 미국은 중국인 노동자가 급증하자  '중국인 배제 법안 (Chinese Exclusion Law)'을 통과시켰는데 내용은 중국인 노동자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고, 노동자가 아닌 중국인까지 미국 입국에 제한을 두는 것을 골자로 하는 총 15개조의 법안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당시 중국은 중국 상무총회가 앞장서서 미국상품불매운동을 주도했으며 중국인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이처럼 중국인의 애국소비는 역사적으로도 그 뿌리가 깊다. 

< 1905년 중국의 미국상품보이콧을 표현한 케리커쳐 >


각 브랜드들은 이제 자신들의 브랜드를 중국소비자들이 따라온다고 오만해서는 안되며, 그들의 문화와 미묘한 느낌까지 고려하는 세심한 마케팅 활동을 해야하는 것이다. 


by 베르노 (yes@highendcam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