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엔드 트랜드]100만원 비닐셔츠 63만원 비닐백, 소비자에게는 여전히 필요한 것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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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모든 시간이 무거운 것이 아니다. 매일매일 정장에 백을 챙겨들어야 할만큼 파티가 있는 것도 아니다. 생각해보면 가볍고 헐렁한 시간들이 더 많다. 마트에 갈때, 편의점에 갈때도, 캔맥주 두캔을 사서 들고 올때, 책 한권을 들고 다녀야 할때, 오는것도 아닌것도 아닌 비가 올때 같은 어정쩡한 상황들 말이다.
화끈한 순간보다는, 술에 물탄듯,미적지근한 순간들이 '실제 '일상의 실상'이다.






정작 제대로 갖춰진 물건을 써야할 때도 있지만 일회용이 필요한 임시적 상황, 험한 상황도 못지 않게 많다.



발렌시아가가 비닐셔츠를 내놓았다. 녹색을 가진 아이인데, 가격이 깜놀이다. 한화로 100만원.
혹 이 부분을 읽고 이런 나쁜 ~~ 종류의 말이 나오지 않았는가. 물론 비닐 가격의 원가를 따지자면 정말 말이 안되는 가격 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라면 어떨까? 



발렌시아가 비닐 블라우스

 샤넬 비닐백과 코디



제대로 갖춰입어야 하는 자리가 있는데 비가 정말 많이 온다. 우산을 쓰도 다녀도 실크 옷, 니트, 가죽이 망가질때 뻔하다. 

비싼 돈 주고 산 옷을 입기는 정말 아까운데 자리가 자리인만큼 비바람을 무릅쓰고 좋은 옷을 입고 가긴 하는데 마음은 좌불안석이다. 이 옷 망가지면 어떡하지? 
바로 이때 발렌시아가의 비닐 옷이 있다면 걱정이 별 필요 없다. 비닐이니 비따위야 툭툭 털어버리면 되고, 싸보이지만 싸보이지 않는 발렌시아가니 센스는 보여준 셈이기 때문이다.



상황이란 가격 이상의 가격이 가능하게 한다.


스위스 몽블랑산장에서는 한국 컵라면을 1만원에 판다. 말도 안돼. 하지만 그 고소한 국물 냄새를 외면하지 못하고 모두 거금을 내고 허겁지겁 한그릇씩을 먹고야 말았다.  역시 말이 안되는 가격이지만 상황이 딱 맞으면 가격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다시 몽블랑에 가도 아마 나는 그 컵라면을 사먹을 것이다. 그 곳의 라면은 정말 만원이상의 값을 한다



소비자는 행동하기 위해 소비한다 


어떤 물건을 살 때, 소비자는 어떤 상황을 떠올리면서 물건을 산다. 캠핑도구를 사는 아빠는 이런 상황에서 이런 의자를 놓고 이런 랜턴을 놓고 라면서 산다. 와이셔츠를 살때도 드레스를 살때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어떠한 상황속에서 어떠한 행동을 생각하며 물건을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비자가 우리제품을 어떤 상황을 떠올리면서 사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를 관찰하라. 소비자는 행동하기 위해 사기 때문이다. 행동과 상황을 읽을 수 있으면 전혀 새로운 수요를 포착할 수 있다.
또다른 수요의 사례를 보자.




샐린느의 비닐백




이 샐린드의 비닐백은 590달러. 한화로 63만원이다.  
샐린느가 원래 이 백을 팔려고 만든 것이 아니다. 비싼 백을 들고 가는 고객들이 넣고 가는 팩킹의 용도로 만든 것이다. 그런데 이 비닐백을 받은 고객들이 집에 가서보니 정작 사들고 간 명품 백보다 이 비닐백을 쓸데가 더 많았던 거다. 비싸지도 않은데 막써도 되는데 셀린느라고 되어 있으니 은근 우아함도 느껴지는 것도 색다른 만족이엇을 터.
비닐백을 들고 갔다가 날씨가 안좋으면 그 비닐백에 명품백을 보관까지 할 수 있으니 제 역할은 톡톡히 하는 셈이다. 중고사이트에는 셀린드 비닐백을 산다고 하는 글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다시한번 되새겨보자. 고객의 행동을 관찰하면 새로운 수요가 보인다.




PVC 패션 전성시대




최근 명품 브랜드에는 비닐을 소재로 한 제품들이 쏟아진다. 

그동안 멋드러진 가죽이나 실크를 주로 쓰던 명품 업체들이 PVC 비닐을 쓰니 확실히 색다르긴 하다.
이 비닐 제품들은 역시나 미적지근하고 적당히 일회적인 순간에 썩 잘어울리는 패션이다.




 샤넬의 PVC 패션





소비자의 필요는 아직 다 채워지지 않았다



역사상 소비자의 필요가 다 채워진 적은 없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올해 라스베가스 CES에서는 차의 유리 윈도우가 없어진 차들이 대거 진열되었다. 어차피 자율주행인데 밖을 내다보는 것이 무슨 그런 큰 의미가 있겠는가. 그래서 유리는 대부분 스크린으로 대체되었다. 앞으로 차량의 의자는 침대업체가 만들지도 모른다. 차가 침실로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변하면 필요도 바뀐다.  
불경기, 저성장 이야기는 이제 접어두고 아직도 소비자의 일상에 아직 채워지지 않은 수요를 눈을 부릅뜨고 찾아보는 건 어떨까.



2018 라스베가스CES. 윈도우를 대체한 패널.

수요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재생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