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도 건드리지 못하는 계산기, ‘TI-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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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아마존 그래픽 계산기 부문의 1위는 10년째 한 계산기가 독차지하고 있다. 범용 계산기 분야의 지배자카시오도, 천하의 애플까지도 이 계산기의 아성을 깨뜨리기는 역부족이다.

그런데 이 계산기의 스펙이 좀 독특하다. 뛰어난 것이 아니라 뒤떨어져도 한참 떨어지기 때문이다. 10년째 제품 스펙이 그대로이니 10년이 지난 요즘에 뒤떨어지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다.

이 아이러니하지만 당당한 계산기의 이름은 ‘TI-84 ’. 그런데 이 계산기의 사양리스트를 보다보면 헛웃음이 나온다. ‘플라스틱 케이스, 흑백 화면, 반도체칩 단 2개, ROM메모리 480KB, RAM메모리 24KB배터리는 재충전 불가’


이런 말도 안되는 저사양으로 10년째 1위를 차지하는 비결은 이 계산기가 가진 특이한 비즈니스구조에있다. ‘TI-84 ’ 는 오로지 이 계산기만을 쓸 수 밖에 없는 독특한 고객을 보유하고 있는데, 바로 ‘교사’라는고객섬이다. 고객섬이란 어떤 이유로 인해 외따로 떨어져 이 제품을 쓸 수 밖에 없는 섬과 같은 고객들을뜻하는 용어다.

텍사스 인스트루먼트社 (TI)는 20년전 이 계산기를 처음으로 선보이면서 교사들을 대상으로 사용자 교육을 실시했다. 10만명이 넘는 교사가 매년 이 교육을 통해 TI 계산기의 사용법을 익혀왔다. 심지어 이전에사용법을 배운 교사들이 신입 교사들에게 대를 이어 친절하게 사용법까지 지도했을 정도였다. 어느새 많은 교사들은 이 계산기에 너무도 익숙해져버렸고 다른 계산기의 사용법을 구태여 다시 익히고 싶어하지않게 되었다. 게다가 TI는 ‘1-800-TI-CARES’라는 핫라인을 운영하고 있으며 정기적으로 교육프로그램과컨퍼런스까지 열면서 사용법과 기능을 전수하고 있다. 교사들이 TI-84를 사라고 이야기하면, 부모가 재깍이 계산기를 구입하여, 학생에게 건넨다. 부모들은 선생님의 추천을 신뢰하기에 기능도 가격도 따지지 않는다. 학생들도 자신들이 구매한 것이 아니기에 계산기의 가격이나 성능에 민감하지 않다. 구매권유자, 실사용자, 구매자가 각각 다른 환상적인 구조다.


< TI 84 교육 동영상 >


TI-84 는 2013~2014년 그래픽 계산기 부문에서 총 판매량 160만대 중 무려 93%를 독점했다. 가격이 싸지도 않다. 2015년 말 인터넷이 가능한 아마존 킨들이 50달러에 팔릴때, 이 계산기는 상대가 되지 않는 저사양의 구모델로 소비자가격을 100달러로 책정했지만 날개돋힌듯 팔린다. 제품 마진은 50%가 넘는다. 고객섬 원리는 비단 물리적이거나 교육적인 측면에 그치지 않는다. 고객섬을 만들어내기 위한 전략은 다차원으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