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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하이엔드 브랜드를 위한 조언 ②] 카피는 왜 원본을 죽이지 못하는가

1936년, 독일 철학자 발터 벤야민이 묘한 글을 썼다. 제목은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 핵심은 이것이었다. ‘복제된 예술 작품은 원본의 아우라를 가질 수 없다. 아무리 정교하게 찍어낸 모나리자 프린트도, 루브르 박물관 앞에 선 사람이 느끼는 그것을 줄 수 없다. 복제는 원본을 닮을수록 원본과의 거리를 더 선명하게 드러낸다.’
벤야민은 예술을 이야기했지만, 90년이 지난 지금 이 논리는 패션 시장에서 그대로 작동하고 있다. 99.9% 닮은 아이웨어가 나왔을 때 젠틀몬스터 매출이 함께 올랐다. 루부탱이 소송에서 질 때마다 빨간 밑창이 더 유명해졌다. 버켄스탁 카피가 넘쳐날수록 진짜 버켄스탁의 가격은 올랐다. 카피는 원본을 죽이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원본이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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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는 욕망의 지도다
아무도 탐내지 않는 것은 베끼지 않는다. 카피캣은 냉정한 시장 분석가다. 그들은 팔릴 것만 복제한다. 그러니 카피당했다는 것은 시장이 당신의 브랜드를 욕망하고 있다는 가장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신호다.
명품 텀블러 스탠리를 생각해보자. 2023년 소셜미디어에서 폭발적으로 퍼지자 중국 카피가 수십 종 쏟아졌다. 그런데 그 카피 영상들이 퍼질수록 스탠리 오리지널은 오히려 품절대란이 이어졌다. 스탠리의 카피 영상을 본 사람들이 "이게 뭐길래 이렇게 난리일까? 난 진짜를 사야지"라는 심리로 움직인 것이다. 카피가 만들어낸 노출이 원본의 수요를 끌어올린 사례다.
이것이 바로 카피의 역설이다. 카피는 오리지널의 초대받지 않은 마케터다. 그들이 결코 원하지 않았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어쩌면 이것이 명품마케팅 본질 중의 하나이다.   
카피가 시장에 나오는 순간 소비자에게 선택지가 생긴다. 진짜와 가짜. 그 비교가 시작되는 순간, 원본은 더 큰 욕망의 대상이 된다. 
소비자는 생각한다. 저게 베끼고 싶을 만큼 좋은 거구나. 그리고 두 번째 생각이 온다. 어차피 살 거라면 진짜를 사야지. 명품 시장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되는 패턴이다. 카피의 존재가 오히려 원본에 대한 열망을 자극한다.
2010년대 중반, 명품 백 '고야드'의 가방 카피가 동남아시아 시장에 넘쳐났다. 고야드는 소송을 하기 보다 희소성 전략을 택했다. 그들의 방침을 지키며 온라인 판매를 하지 않았다. 매장도 늘리지 않았다. 카피는 많아졌지만 진짜 고야드는 더 귀해졌다. 카피가 만든 노출이 원본의 희소성을 오히려 강화했다.

복제할 수 없는 것이 브랜드의 본질이다
카피가 원본을 죽이지 못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여기 있다. 브랜드의 진짜 가치는 복제되지 않는 곳에 있다.
형태는 복제된다. 소재도 분석된다. 색상도 맞출 수 있다. 그러나 그 브랜드가 걸어온 시간은 복제되지 않는다. 루부탱이 30년 동안 빨간 밑창을 고집한 이유, 보테가 베네타가 로고 없이도 존재를 증명한 방식, 버켄스탁이 250년 동안 발을 연구해온 역사. 카피캣이 아무리 정교해도 그 축적은 살 수 없다.
에르메스의 장인이 버킨백 하나를 만드는 데 18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에르메스는 끊임없이 알린다. 왜냐하면 그 18시간은 복제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공장에서 18분 만에 비슷하게 생긴 가방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그 18시간의 이야기는 에르메스만 할 수 있다.
브랜드가 자신의 과정을 말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결과물은 베껴지지만, 과정은 베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조건이 있다. 
카피가 원본을 살아 숨쉬게 한다는 명제에는 전제가 있다. 원본이 진짜여야 한다.
카피보다 나은 것이 없는 브랜드는 카피에 잠식된다. 카피가 더 싸고, 비슷하게 좋다면, 소비자는 카피를 선택한다. 이 경우 카피는 원본을 죽인다. 중저가 패션 시장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다.
카피가 원본을 강화하려면 원본이 카피보다 명확하게 더 많은 것을 줘야 한다. 품질이든, 경험이든, 역사든, 커뮤니티든. 소비자가 그 차이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이 하이엔드 브랜드의 일이다.


K-하이엔드 브랜드에게
지금 한국 하이엔드 브랜드들은 카피의 시대를 살고 있다. 좋은 것은 반드시 베껴진다. 그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 그러나 두려워할 이유도 없다.
카피당하는 날, 당신의 브랜드가 진짜라면 그날은 위기가 아니다. 시장이 당신의 브랜드를 욕망한다는 선언이고, 소비자에게 원본과 카피를 비교할 기회를 주는 날이며, 당신 브랜드의 아우라가 다시 한번 증명되는 날이다.
벤야민이 말했다. 복제는 원본의 아우라를 가질 수 없다고. 그 말은 뒤집으면 이렇게 된다. 복제가 많아질수록 원본의 아우라는 더 강해진다.
카피는 원본을 죽이지 못한다. 단, 원본이 살아있을 때만 그렇다. 그리고 그것은 카피의 두려움에 떠는 것이 아니라 카피와의 차이를 부단히 벌려내고, 어제의 나보다 더 나은 나, 어제의 나보다 더 나다운 나를 향해 떠나는데 주저하지 않는 브랜드만 살아남는다. 명품이 어디 쉬운가. 지금의 명품들이, 100년된 노포들이 다 그런 단계를 거쳐 명품의 반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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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안 | 하이엔드전략연구소장 | hesi.research@gmail.com ⓒ 하이엔드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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