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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와 라라랜드가 알려주는 패션 오마주

2016년 한국 아니, 전세계를 강타했던 이세돌 - 알파고의 바둑 대국.
당시에 모든 사람들이 충격이 컸겠지만,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더 충격이 컸다. 막연하게 바둑이니까 당연히 이기겠지가 한번 두번을 지고나니, 거의 패닉 상태에 빠졌을 것이다.
물론 현장에서 본 상황으로는 알파고팀은 만만하지 않았다.
무려 30여명의 알파고팀원들이 검은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모습은 그들이 뭔가 작정을 하고 한국에 온듯한 확신마저 들었다. 3연패를 하자 언론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보도하기 시작했다.

'세르게이 브린 구글 회장, 한국 방한예정!'

한국도 그렇지만 미국도 최고 오너를 쉽게 오라고 하기는 힘들다. 언론의 추측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알파고 팀은 5전 전승을 확신하고 있다!'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4국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혼전이더니 운명의 78수.
갑자기 철옹성 같던 알파고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무슨 일? 반신반의 하던 사람들의 기대가 결국 현실이 되었다.  알파고가 돌을 던진 것이다.


78수. 우리는 이 운명의 78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보도에 의하면 구글 알파고 팀은 입수가능한 역사상 모든 기보를 입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78수는 기보에도 없던 수였다.
결국 알파고는 기보에 없는 수가 입력되자 확률계산을 쉽게 해내지 못했고, 패하고 말았던 것이다.
이 대국은 우리에게 많은 사실을 시사한다.

 '만약 인간이 예전의 것을 무시하고, 그저 하던대로 한다면,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에게 당해내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다.
그렇다면 이런 운명의 수가 바둑에만 있을까?


모든 것이 노래와 대사가 모두 음악으로 이루어진 100% 뮤지컬 영화로 1964년 칸느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던 '쉘브르의 우산'.



뮤지컬 사상 최고의 영화로 평가받는 '싱잉인더레인 (singing in the rain)'



'쉘브르의 우산(1964)'. 'Singing in the rain (1952)' 이 역대급 영화와 관계있는 최신 영화는 무얼까?
바로 '라라랜드'다.

 '라라랜드'는 마치 알파고가 그동안의 기보를 입력했듯 과거에 대중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두 영화를 절묘하게 가져옴으로서 2016년 오스카상을 석권했다. 라라랜드는 이 영화를 처음보는 시니어연령층에서도 어디선가 본듯한 익숙함으로 다가갔고, 따라서 연령을 초월해 광범위한 사랑을 받았다. 과거의 영화들을 깔고 그 인사이트 위에 라라랜드만의 캐릭터와 스토리를 살짝 얹어 익숙함과 신선함을 동시에 잡아낸 것이다.

La La Land (2016 Movie) Official Teaser Trailer – 'Audition (The Fools Who Dream)'


자, 그러면 바둑, 영화에서 나왔던 오마주가 패션에서는 어떻게 나타났을까?
현재 가장 핫한 패션 중의 하나는 바로 'athleisure(애슬레저) look'이다.

운동을 뜻하는 Athletic과 여가 Leisure가 결합된 말로 운동할때 입는 옷을 일상에서도 맵시 있게 입는 룩의 형태를 말한다. 애슬레저룩의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는 룰루레몬은 2017년 말 매출을 무려 23억 달러 (2조 5천억)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데 이는 2010년 매출에 비해 5배, 지난해 16억 달러보다는 7억 달러가 늘어난 폭발적인 수치다.
현재 애슬레저룩을 입는 밀레니얼 세대들은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이는 이미 1980년대에 나타났다. 1980년대는 에어로빅이었고, 지금은 요가복이라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 하지만 생각해보면 유사한 패턴을 읽을 수 있다. 당시에 돈을 투자하며 에어로빅을 하던 사람들이 유행을 선도했고, 지금은 명상과 요가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최고의 유행이라는 측면에서는 같다.

룰루레몬의 애슬레져 룩

1980년대 에어로빅 레깅스 룩


애슬레저 룩 뿐만이 아니다. 최근 오버사이즈 옷들이 유행하자, 아버지 어머니의 옷장을 뒤지는 청소년들이 사례들이 늘고 있다. 당시 '빅사이즈 파워룩 (빅룩, big look)'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옷장을 뒤지다 1980년대의 코트를 발견하고는 득템했다며 인스타에 올리는 것이 큰 유행이다.

1980년대 빅룩 (출처 : Jina.J Fashion academy)

최근 유행중인 오버사이즈 룩

1980년대에 있었던 또 다른 현상은 무엇이 있을까? 바로 젠더리스 경향이다.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그간 있었던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해체시켰고, 룩에서도 양성적 특성이 들어간 '앤드로지너스(androgynous: 양성적) 룩'이 유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1980년대 장폴고티에, 엔드로지너스(양성) 룩

개그맨 김기수


이는 최근에 나타나는 예쁜 남자 신드롬과 닮아 있다. 개그맨 김기수는 화장하는 남자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여러가지 논란이 있지만 자신은 그저 화장하는 것을 좋아할 뿐, 성적 취향은 남자 그 자체라고 확실하게 말하고 있다. 여성들이 보다 높은 사회적 지위를 구가하고, 사회의 유행을 선도하는 최근의 상황은  80년대의 여성의 사회진출과 맞물린 젠더리스 경향과 유사한 맥락이라고도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르지만, 또한 정반합의 논리와도 같이 돌고 도는 새로운 유행의 추세속에서 신선함을 느낀다. 비즈니스의 측면에서라면 이런 소비자의 욕구를 놓치지 않고 끄집어 내주는 것이 소비자와 기업이 모두 윈윈하는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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