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 인기글 >

명품이 오히려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한다? 파바로티 딜레마에서 보는 색다른 양극화 해결책 [클래스H]

- 파바로티 딜레마 - 


파바로티 효과라는 것이 있습니다. 파바로티가 음반을 내면 그것만 팔리고 다른 판은 안팔리니까 음악가들이 투덜거리면서 한 말이죠.. 파바로티가 부르는 환상적인 리골레토의 아리아를 들으면 왜 그가 독보적인지, 그리고 그가 왜 이런 불평을 들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는 분명 그럴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어쨌든 파바로티 이 효과는 한 사람에게 관심이 집중되는 현상을 말하는데 어느분야나 내가 파바로티가 되면 좋겠지만 문제는 그렇지 않을때 발생합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는 최고를 주변에서 쉽게 보게 되었죠. 예전에 공대의 비애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다른 학과들은 한국의 전공학생들과만 경쟁하면 되지만 공대는 기술이 전세계적으로 통해야 하기 때문에 전세계 공대생들과 경쟁해야 하니 힘들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비애는 더이상 공대의 이야기만이 아닙니다. 일상에서도 쉽게 찿아볼 수 있죠. 

최근 강릉 바닷가가 가깝게 느껴집니다.  고속도로 KTX까지 뚫려 있고 양양에서는 서핑까지 즐길 수 있는 시설까지 있습니다. 푸르고 청정한 동해바다에서 서핑과 테닝을 하고 대포항 쯤에서 새우 튀김을 먹는 건 생각만 해도 즐겁습니다. 그러다 보니 예전에 자주 갔던 서해안 바다는 잘 안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 정도에 그치지 않습니다. 한 술 더떠 동남아 저가항공이 나오니 아예 이제는 동해도 패스하고, 동남아 비치리조트도 저렴한 가격으로 다녀올 수 있게 된 거이죠. 결국 이제 한국의 바다들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까지 경쟁상대로 두게 된 셈입니다. 이처럼 소비자로서는 당연한 심리이자 쏠림이지만 당사자가 되는 브랜드들에게는 '타인의 지옥'인 셈입니다. 


고대에도 이런 파바로티 딜레마가 존재했습니다. 고대 로마였는데요, 로마는 정복 국가전쟁을 해서 식민지에서 금, 은, 특산물 같은것을 빼앗아오면서 국가가 성장하는 정복수탈형 경제구조였습니다. 정복지가 늘어날 수록 로마로 부가 깔때기처럼 빨려들어왔죠. 그러다 보니 로마는 부가 흘러넘쳤는데 점차 빈부격차가 심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전쟁시스템으로 돈을 벌었고 그래서 이것이 장군들과 원로원 귀족들에게 집중된 것입니다. 


한 사회 전체가 어떻게 부를 획득하느냐에 따라 그것이 어디 계층에 머무는 지도 정해집니다.  영국의 와트가 증기기관을 발명하면서 시작된 산업혁명 이후에 공장을 지어 물건을 만들어 판 산업자본가라는 사람들이 돈을 벌었습니다. 그들은 아이들까지 노역에 몰아넣을 정도로 무지막지했고 그래서 올리버 트위스트 같은 작품도 그때 나왔죠.  

산업시스템이 작동하면서 자본가들이 돈을 번것입니다. 로마시대의 귀족들, 산업시대의 자본가들 처럼 4번째 혁명 시대에는 신사업 IT, 바이오, 테크 등 신기술을 앞세운 테크니션들이 부의 새로운 지배자로 등장합니다. 그런데 그 속도와 규모는 더 빠르게 거대합니다.  

그래서 이런 파바로티들에게 세금을 더 걷자고 하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기본소득이라고 해서 빈곤층에게 돈을 직접 주자는 주장이 그것입니다. 실제 미국에서는 그런 생각을 실천에 옮기는 법들이 나오고 있죠.  

그런데 이 방법이 진정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일지 모르겠습니다.

로마시대에 불평등한 재산 구조가 문제가 되었다고 했는데 그런데 식민지의 부를 빨대 꼽듯이 쪽쪽 빨아들였던 로마는 어떻게 이런 약탈 구조로 1000년 이상을 갈 수 있었을까요?

로마제국쇠망사에서 에드워드 기번은 힌트가 될 말을 해줍니다. 

"지금과 같이 불완전한 사회적 상황에서는 (사치품의 소비가) 불평등한 부의 분배를 시정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된다. 땅을 한뼘도 가지지 못한 부지런한 장인과 솜씨좋은 예술가가 땅의 소유자들로 부터 자발적인 세금을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치품의 제조와 거래가 로마의 무력과 권위를 빌려 강탈한 이익을 점차 근면한 백성들에게 되돌려 주지 않았더라면, 로마의 여러 속주들은 얼마 가지 않아서 그 부를 고갈시키고 말았을 것이다 (로마제국 쇠망사 P85)


식민지의 특산물과 뛰어난 장인들의 사치품들을 로마의 귀족들이 너도나도 사들이면서 그들의 부가 다시금 식민지로 리워드 된 것입니다. 즉 로마는 이렇게 획득한 부를 새로운 제품과 진귀한 상품들을 만들고 공연과 문화를 꽃피우면서 점차 정복국가에서 문화국가라는 나무로 자랐으며 부의 불평등도 해소했던 것입니다. 일본의 경우에도 이런 사례가 있는데 에도 막부 시절, 지방 귀족들이 중앙 막부에서 사교 생활을 하면서 옷과 장신구를 갖추는데 막대한 돈을 썼고 그 지출이 일본의 문화가 꽃을 피우게 된 계기중의 하나가 되었다고 합니다. 

한국의 경우에도 파바로티 효과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백화점에서 명품 매출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반면, 다이소 같은 저가 할인점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다이소의 국내매출은 2014년 8900억에서 3년사이 두배가까이 증가하고 있고  저가 생활용품 시장 규모가 4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3년전보다 2배이상 늘어난 양입니다. 대표주자 다이소는 매장수가 1300개, 판매품목수는 3만개가 넘고 매출이 2조에 육박합니다. 

저가 생활용품 회사는 다이소 뿐 아니다. 삐에로 쇼핑 , 모던하우스, 플라잉 타이거, 리빙도쿄, 미니소 등 갈만한 곳이 즐비합니다. 하지만 저가 시장이 보여주는 순환고리는 부의 재분배 효과가 약합니다. 오히려 저소득층의 부가 대기업에게 빨려들어가는 구조이죠. 

  생산에서 파바로티 딜레마로 상위 계층으로 부가 몰린다면, 소비에서는 4차산업혁명의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들의 새로운 고급 수요를 창출하면서 이 딜레마를 상쇄할 필요가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고급 제품을 저소득층의 근로자가 제조하고 이 제품을 고소득층이 제값을 주고 소비하는 순환고리가 오히려 부작용을 최소하면서 자연스럽게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방식이 될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리스 (stressless)리클라이너로 유명한 에코르네스사는 세계최고의 하이엔드형 리클라이너를 만들어 전세계의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판매합니다. 스트레스리스 리클라이너는 노르웨이 북서쪽의 항구도시 올레순드를 거의 먹여살립니다. 그것도 매우 고소득의 임금을 보장하면서 말이죠.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으로 기본 소득이나 제도적인 방법도 있지만 민간에서는 오히려  하이엔드형 제품의 판매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부를 재배분 함으로써, 우려스런 파바로티 딜레마를 상쇄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이엔드데일리 # 스트레스리스 # 파바로티딜레마 #하이엔드 이주안


by. Berno 베르노 이주안


[저작권자 ⓒ하이엔드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타 분야 인기 글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