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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츠 한센, 그들이 자신들을 공화국이라 부르는 이유

디자인 민주주의, 프리츠 한센 공화국

북유럽 가구 브랜드, 프리츠 한센은 '프리츠 한센 공화국(Republic of Fritz Hansen)'이라는 상호를 즐겨 쓴다. 그들이 ‘프리츠 한센 공화국’이라고 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프리츠 한센의 유구한 역사, 그리고 세계적인 지명도와 팬, 그리고 무엇보다 고객들이 들어와서 거주하는 것처럼 프리츠한센과 사랑에 빠질 것이라는 믿음에서 오는 것 같다. 지나가다 보는 프리츠한센공화국에 대한 궁금함은 이렇게 정리가 되는 듯하다. 

이 브랜드는 1872년 목수 프리츠 한센에 의해 덴마크에 설립되었다. 프리츠 한센은 주요제품 라인을 전통적인 클래식컬렉션, 트랜드를 반영한 컨템포러리 컬렉션으로 나누어 보유하고 있다.아르네 야콥센의 에그, 스완, 지금도 세계적인 월드베스트인 7 체어등을 시그니처로 거느리고 있으며, 폴 케홀름의 PK22 체어 및 PK80 데이베드까지 포함해 대표적인 클래식 컬렉션이다. 스페인 출신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 피에로 리쏘니, 세실리에 만즈 등이 현대적 모던라인인 컨템포러리 컬렉션을 이끌고 있다. 

               <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 >


대표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이 디자인한 로 체어 (Ro chair)를 보면 프리츠 한센이 왜 그렇게 인기가 많은지 짐작이 간다. 만만하고 낮은 높이와 푹신하고 포근한 쿠션감, 반면에 마치 키다리가 안아주듯 높게 디자인된 등받이는 언뜻보면 언발란스처럼 보이지만 앉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그야말로 안정감 그 자체다. 파란 색의 파스텔톤, 안아주는 느낌을 보고 있노라면 언뜻 짐작가는 것처럼 이 의자는 임신해 거동이 불편한 아내를 위해 하이메 아욘이 디자인한 의자다. 어떤 자세를 잡아도 불편한 임신부에게 편한 의자라면 환자들에게도, 그리고 지친 현대인에게도 편하지 않을까? 의자 양쪽에는 유선형 날개 부분은 폭하니 숨어 뭔가 프라이빗한 느낌까지 든다. 이처럼 프리츠 한센의 의자는 진정 사용자를 위한 배려가 매우 뛰어나다. 앉으면 앉을수록,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 가치를 몸이 직접 느끼기에 한번 사본 사람은 영원히 프리츠 한센의 팬이 되며 이것이 바로 한센의 힘이다.  

                          < 로 체어 (Ro Chair) >


프리츠 한센은 1872년부터 지금까지 단 하나의 가구로 특정 공간이나 건물 전체를 아름답게 꾸밀 수 있고 나아가 그 공간을 경험하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모든 제품을 만들어 왔다. 

이들은 비싼 제품을 팔지만 의외의 이야기를 한다. 이들이 내세우는 모토는 바로 '디자인 민주주의'다. 모든 사람들은 좋은 디자인의 제품을 누릴 권리가 있다. 언뜻보면 비싸보이지만 누구나 가져야 하는 의자같은 아이템을 오랫도안 쓸 수 있으니 어찌보면 누구나 최고의 가구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합리적인 가격에 모든 사람들이 편안한 의자에 앉아서 휴식하고 즐길 권리를 갖는 것. 이것이 바로 프리츠 한센이 꿈꾸는 그들방식의 민주주의다. 


짝퉁이 가장 많은 의자, 프리츠 한센의 에그체어

아르네 야콥센의 대표작인 ‘에그 체어’는 달걀처럼 동그란 곡선이 돋보인다. 이른바 ‘짝퉁’이 가장 많은 제품 중 하나다

                                        < 에그체어 >


가격은 비싸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평생 사용이 가능한 시간으로 나눠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싼의자를 바꿔가며 인생의 시간을 낭비할 것인가 제대로된 비싼 의자지만 큰맘 먹고 구입해 편안한 시간들을 보낼 것인가 하는 것은 관점의 선택이다. 

카레 클린트, 한스 베그너 등 그들은 당대 최고의 디자이너들을 자신들의 공화국으로 불러들이고 이들에게 마음껏 지배권을 행사하도록 했다. 그것이 공화국이 이토록 오랫동안 번영하는 비결이다. 특히 디자이너 포울 키에르홀름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그는 대리석, 철제, 가죽,유리, 패브릭 등 기타 재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심플한 목조로만 승부하는 덴마크 가구 산업의 영역을 확대시킨 위대한 디자이너이다. 

제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40년대는 프리츠 한센은 오히려 이러한 참혹함속에 또하나의 드라마틱한 창조의 꽃을 피운다. 전쟁통에 혹독한 덴마크 겨울 추위를 이기지 못한 월넛나무들이 모두 얼어죽어버린 비참한 숲을 본 그들은 충격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이내 프리츠 한센은 죽은 나무를 그저 의미없이 썩게 둘 수 없다는 결심을 했고, 그 나무들을 싼값에 모두 사들였다. 그리고 하릴없이 스러진 월넛을 다시 다듬고 광을 내 신제품 월넛 가구 시리즈를 시장에 내놓았다. 이때 나온 명작이 바로 한스 베그너의 1943년 작 ‘차이니즈 체어’가 대표적이다. 베그너는 전쟁 후 어려워진 살림살이를 생각해 소형 아파트에 어울리는 저렴한 가구를 디자인하는 데 집중했다. 

                 <  차이니즈 체어 (Chinese chair) >


2079년까지 만약 살아있다면 어떤 의자를 쓰고 싶을까. 시간을 간직하고 세월이 코팅되어 또다른 나와 같은 의자가 있다면 아마 그 의자를 쓰지 않을까. 프리츠한센은 그들은 2079년에도 이 의자를 쓸까하는 생각으로 디자인한다고 말한다. 최근 “프리츠한센”은 시리즈세븐 체어를 모방하여 세븐체어 등의 이름으로 판매한 한국의 한 가구 업체를 고소한다고 밝혔다. 프리츠 한센은 이미 한국에 진출한지 오래되었지만 최근 프리츠 한센이 더 큰 인기를 끌면서 더많은 모방품이 쏟아지기 시작해 더이상 두고볼 수 없다고 생각한 듯하다. 어쨌든 그 많은 인기를 미루어 알 수 있다. 

삼청동에 세워진 ‘하우스 오브 프리츠 한센 서울’은 프리츠 한센이 자랑하는 시그니처들로 채워진 한국 최초의 플래그십 스토어다. 이날 테이프 커팅식에는 덴마크 왕세비가 직접 참가해 한국시장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앞으로 한국 시장에서 프리츠 한센의 공화국의 영토는 어디까지 갈까. 자못 궁금하다.


by 베르노 (yes@highendcamp.com)


< 프리츠 한센 둘러보기 > 



* 본 기사는 해당브랜드로부터 어떤 협찬이나 대가성 지원도 받지 않았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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