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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 구운 도자기 기법, 5초마다의 심박체크 — 애플워치가 파는 것

애플워치 시리즈 12에 세라믹 케이스가 돌아왔다. 2019년 시리즈 5 이후 7년 만이다. 색은 펄 화이트와 나이트 블루 두 가지. 가격은 42mm 기준 899달러, 46mm는 949달러다.

같은 시리즈 12의 알루미늄 모델은 399달러에서 시작한다. 칩도 같고 센서도 같다. 두 배 넘는 차액은 오직 케이스 소재에 붙은 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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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를 굽는 공정에 가깝다

이 가격이 어디서 나오는지는 제조 과정을 보면 짐작이 된다. 고급 스위스 시계의 세라믹 공정과 거의 같은 방식이다.

지르코니아 분말에서 출발한다. 펄 화이트용은 분홍색, 나이트 블루용은 회색이다. 아직 무를 때 틀에 눌러 넣고 밴드 슬롯과 버튼 구멍, 디지털 크라운 자리를 깎는다. 그다음 세 번의 열처리가 이어진다. 먼저 700도에서 접착제를 태워 없애며 케이스를 최종 크기로 수축시킨다. 이어 1,400도와 21,000psi가 넘는 압력으로 불순물을 걷어내고 단단하게 만드는데, 이 과정에서 산소가 빠져나가며 색이 변해버린다. 마지막으로 1,100도에서 산소를 다시 불어넣어 의도한 색을 되살린다.

이렇게 단단해진 결과물은 다이아몬드 공구가 아니면 깎이지 않는다. 여기에 여섯 단계 폴리싱이 붙는다. 색을 한 번 잃었다가 되찾는 공정을 거쳐야 나오는 광택이라는 뜻이다.

대가도 있다. 46mm 펄 화이트의 무게는 51.3g으로, 알루미늄의 39.5g보다 확실히 무겁다. 두께는 9.85mm이고 다른 모델보다 가로세로 1mm씩 크다. 대신 유리가 측면까지 더 내려오게 설계돼 위에서 봤을 때 케이스가 덜 보인다.


핵심은 시계 뒷면에?

디자인 얘기는 여기까지다. 정작 이번 세대의 핵심은 손목에 닿는 면에 있다.

기존 모델은 운동 중이 아닐 때 심박을 5분마다 쟀다. 시리즈 12는 5초마다 잰다. 심전도를 읽는 전극은 2개에서 32개로 늘어 손목 면적의 약 24%를 더 덮고, 반사된 빛을 받는 포토다이오드는 4개에서 8개짜리 링 구조가 됐다. 스트레스와 회복 상태를 보여주는 심박변이도(HRV)는 최대 24배 자주 기록된다. 센서 위를 덮는 커버 역시 케이스와 같은 고압 챔버에서 구운 지르코니아다.

측정이 촘촘해지자 결과물의 성격이 달라졌다. 집안일처럼 짧게 심박이 오르는 활동도 운동으로 인정받고, 무엇보다 '레디니스(Readiness)'라는 판정이 가능해졌다.


매일 아침 0점에서 10점까지 측정한다

레디니스는 활동량, 누적 훈련 부하, 수면, 각종 수치를 본인의 최근 기록과 비교해 0~10점을 매긴다. 결과는 '회복하세요'부터 '가도 좋습니다'까지의 문장으로 나온다. 점수가 떨어졌다면 손목 온도가 평소보다 높았다는 식으로 이유를 함께 보여준다. 쓰려면 최소 일주일치 수면 데이터가 필요하다.

아이폰 건강 앱도 바뀌었다. 새 '롱제비티' 탭은 심장, 대사, 정신 건강, 청력, 수면, 영양, 활동성 등 여덟 영역을 평가하고, '건강 나이'는 안정시 심박수와 최대산소섭취량, 걸음 수, 운동 시간을 수명에 미치는 영향도에 따라 가중해 실제 나이와 비교한다. 생리 주기 추적 기능은 폐경 전후 단계까지 범위를 넓혔다.

경쟁은 측정이 아니라 알려주는 것에 있다

이 흐름은 애플만의 것이 아니다. 오우라 링은 기기값과 별개로 월 5.99달러, 웁은 월 30달러를 받으며 '오늘의 컨디션 점수'를 팔아왔다. 재는 기능은 이미 흔해졌고, 돈이 되는 것은 잰 것을 한 문장으로 알려주는 일이었다.

애플은 이것을 구독이 아니라 기기 값에 얹었다. 그리고 그 한 문장을 담을 그릇으로 세라믹을 꺼냈다. 매일 아침 나를 평가하는 물건이라면, 그 물건은 기계처럼 보이기보다 장신구처럼 보이는 편이 유리하다는 계산이다.


매일 점수를 받는 기분에 대하여

여기서부터는 스펙이 아니라 기분의 문제다.

기록은 과거형이지만 판정은 현재형이다. "어제 7천 보를 걸었다"와 "오늘 당신은 3점입니다"는 손목에서 읽었을 때 감정이 완전히 다르다. 잘 잤다고 느낀 아침에 낮은 점수를 받으면 괜히 기운이 빠지고, 컨디션이 별로인 날 높은 점수를 받으면 이상하게 안심이 된다. 몸의 감각보다 화면의 숫자를 먼저 믿게 되는 순간이 생긴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 시계를 쓸 때 기억해둘 것이 하나 있다. 레디니스는 남들과 비교한 등수가 아니라 최근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한 값이다. 낮은 점수는 실패 판정이 아니라 평소와 다르다는 신호에 가깝고, 야근이 이어진 주에는 낮게 나오는 것이 정상이다. 건강 나이도 마찬가지다. 실제 나이보다 많게 나왔다고 해서 그 숫자가 사람의 가치를 말해주지는 않는다.

세 번 구운 세라믹은 확실히 아름답다. 그런데 이번 세대가 실제로 판 것은 그 광택이 아니라, 손목에서 5초마다 올라오는 데이터가 만들어낸 한 줄의 문장이다. 그 문장을 오늘의 참고로 읽을지 성적표로 받아들일지에 따라, 같은 기기가 매일 힘이 되기도 하고 매일 부담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선택은 기계가 아니라 쓰는 사람의 몫이다.


by. 이동철 | 하이엔드전략연구소 | hesi.researc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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