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어느 날, 스위스 취리히에 기반을 둔 무역회사 데스코 폰 슐테스Desco von Schulthess에서 벌어진 일이다. 갑자기 중역 한 명이 사무실로 성큼성큼 들어왔다. 주변을 둘러보던 그는 자리에 앉아 있는 직원들 중 한 명에게 질문을 던졌다.
“거기, 자네 이름이 뭔가?”
“네? 저요? 저…… 모리스 라크루아입니다만……”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 침묵하던 중역은 갑자기 크게 소리를 질렀다.
“좋아! 자네, 이리 좀 오게. 당장 계약서를 작성하자고.”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하는 직원에게 중역은 로열티를 줄 테니 이름을 빌려달라고 말했다. 이렇게 다소 우습게 탄생한 시계가 바로 ‘모리스 라크루아Maurice Lacroix’이다. 브랜드명이라는 중요한 문제를 이토록 빨리, 별다른 고민 없이 결정하다니 황당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에피소드는 모리스 라크루아의 경쟁력이 무엇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바로 ‘지금’이라는 키워드다. 명품 시계 파테크 필리프Patek Philippe의 슬로건은 ‘당신의 전통을 시작하십시오Begin your tradition’이다. 전통을 강조하는 기존 시계 브랜드들의 일반적인 접근이다.
반면 모리스 라크루아 의 슬로건은 ‘당신의 시간은 바로 지금이다Your time is now’이다. 기존 시계 브랜드들이 '전통'을 내세운다면 라크루아는 ‘‘지금’으로 맞불을 놓은 셈이다.

모리스 라크르와 'The AIKON Chronograph Skeleton 44mm'
비단 기존 주자들과만 다른 전략을 택한 것이 아니다. 1975년에 태어난 이 브랜드는 업계의 관행이나 전통에 휘둘리지 않는 분명한 자기 주관으로, 비슷한 처치의 신생 주자와도 차별화를 꾀했다.
우선 이들은 디자인보다 무브먼트(시계가 작동하도록 하는 내부 장치)에 대한 기술력을 중심으로 이성적인 시장에 소구했다. 보통의 경우 신진 브랜드들은 성능보다는 화려한 디자인으로 먼저 시선을 끌려고 한다. 초기부터 정면승부를 하기가 두려운 까닭이다. 반면 라크루아는 기술력으로 ‘맞짱’을 뜨는 전략을 택했다. 정면승부만이 브랜드의 생명을 장기적으로 담보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택한 첫번째 전장은 독일. 자신의 기술력을 알아볼 안목을 지닌 시장에서 승부를 봄으로써 낮은 인지도를 극복하고자 한 것이다. 라크루아의 예상대로 독일 소비자들은 신생업체지만 무브먼트에서 탁월한 라크루아를 기꺼이 구매했고, 이렇게 유럽 시장 진입의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었다. 또한 라크루아는 기존 업체와의 결전을 위해 극단적인 효율화를 추구했다.
컴퓨터 제어공정 오토메이션이나 설계 시스템을 적극 도입해 내실을 다졌다. 차별화에 대한 강박과 빠른 실행으로 기존 강자뿐 아니라 함께 시작한 신흥 주자들과도 다른 접근법을 취한 것이 모리스 라크루아의 성공 전략이다.
"럭셔리 브랜드는 여행자와 같다. 우리에게 성공은 여행의 과정일뿐 목적이 아니다"
- 모리스 라크르와 official homepage -
by 베르노
** 덧붙이는 이야기 : 명품 브랜드는 어떻게 작명하는가?
창업주의 이름이든, 직원의 이름이든 좋다. 나만이 지을 수 있는 이름, 그리고 그속에 나의 이야기가 담긴 이름이 바로 명품식 명품 네이밍을 짓는 방법 중의 하나다.
< 브랜드 주변의 인명을 딴 사례 >
- 창업주의 이름을 따서 짓는 방식 (가장 일반적인 방식) : 샤넬, 버버리, 루이비통
- 창업주의 친척의 이름을 따서 짓는 방식 : 미스 디올(향수) (디올의 사촌의 부르던 애칭)
- 친구의 이름을 따서 지은 이름 : 산토스 드 까르띠에 (창업주 루이 까르띠에의 친구로 당대 잘나가던 트랜드세터 '산토스 뒤몽'의 이름을 따서 지음)
santos de Cartier
- 부인을 부르는 애칭에서 따온 이름 : 시몬느 (독일어로 당신이라는 뜻, 명품 브랜드 핸드백 제조사 '시몬느' 박은관회장이 아내를 부르던 애칭)
- 제품의 기원에 관계된 인물에게서 따온 사례 : 동 페리뇽 (샹파뉴 지방의 성 베드로 사원의 동페리뇽 신부에게서 따온 이름. 샴페인을 처음 발견)
최근 히트작 중에서는 이렇게 이름을 지은 하이엔드 형 제품이 있다면 , 프리미엄 메트리스인 ' 몽제 매트리스'를 들 수 있다. 몽제라는 이름은 모리스 라크르와와 유사하게 몽제라는 직원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몽제매트리스 역시 40만원대에 아주 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실제 온라인 판매가 용이하지 않다고 알려진 고가격과 체험형 제품이라는 이중 허들을 돌파하는데 하이엔드형으로 작명한 독특한 '몽제'라는 이름이 어느정도의 역할을 했을 지 궁금하다. 몽제 매트리스는 센스맘과 같은 저가의 모델을 다 뒤로 하고 매트리스 카테고리에서 평판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사람의 이름을 딴 브랜드의 장단점이 있다. 스토리의 지향점이 사람으로 분명하며, 브랜드과 왠지 친근하게 느껴지는 장점이 있다. 반면 낯선 사람의 이름은 알리기에 시간이 걸리며 이름 자체가 제품이나 특성을 전혀 나타내주지 않기에 초기 홍보에 애로가 많을 수 있다.
1975년 어느 날, 스위스 취리히에 기반을 둔 무역회사 데스코 폰 슐테스Desco von Schulthess에서 벌어진 일이다. 갑자기 중역 한 명이 사무실로 성큼성큼 들어왔다. 주변을 둘러보던 그는 자리에 앉아 있는 직원들 중 한 명에게 질문을 던졌다.
“거기, 자네 이름이 뭔가?”
“네? 저요? 저…… 모리스 라크루아입니다만……”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 침묵하던 중역은 갑자기 크게 소리를 질렀다.
“좋아! 자네, 이리 좀 오게. 당장 계약서를 작성하자고.”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하는 직원에게 중역은 로열티를 줄 테니 이름을 빌려달라고 말했다. 이렇게 다소 우습게 탄생한 시계가 바로 ‘모리스 라크루아Maurice Lacroix’이다. 브랜드명이라는 중요한 문제를 이토록 빨리, 별다른 고민 없이 결정하다니 황당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에피소드는 모리스 라크루아의 경쟁력이 무엇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바로 ‘지금’이라는 키워드다. 명품 시계 파테크 필리프Patek Philippe의 슬로건은 ‘당신의 전통을 시작하십시오Begin your tradition’이다. 전통을 강조하는 기존 시계 브랜드들의 일반적인 접근이다.
모리스 라크르와 'The AIKON Chronograph Skeleton 44mm'
비단 기존 주자들과만 다른 전략을 택한 것이 아니다. 1975년에 태어난 이 브랜드는 업계의 관행이나 전통에 휘둘리지 않는 분명한 자기 주관으로, 비슷한 처치의 신생 주자와도 차별화를 꾀했다.
그들이 택한 첫번째 전장은 독일. 자신의 기술력을 알아볼 안목을 지닌 시장에서 승부를 봄으로써 낮은 인지도를 극복하고자 한 것이다. 라크루아의 예상대로 독일 소비자들은 신생업체지만 무브먼트에서 탁월한 라크루아를 기꺼이 구매했고, 이렇게 유럽 시장 진입의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었다. 또한 라크루아는 기존 업체와의 결전을 위해 극단적인 효율화를 추구했다.
컴퓨터 제어공정 오토메이션이나 설계 시스템을 적극 도입해 내실을 다졌다. 차별화에 대한 강박과 빠른 실행으로 기존 강자뿐 아니라 함께 시작한 신흥 주자들과도 다른 접근법을 취한 것이 모리스 라크루아의 성공 전략이다.
"럭셔리 브랜드는 여행자와 같다. 우리에게 성공은 여행의 과정일뿐 목적이 아니다"
- 모리스 라크르와 official homepage -
by 베르노
** 덧붙이는 이야기 : 명품 브랜드는 어떻게 작명하는가?
창업주의 이름이든, 직원의 이름이든 좋다. 나만이 지을 수 있는 이름, 그리고 그속에 나의 이야기가 담긴 이름이 바로 명품식 명품 네이밍을 짓는 방법 중의 하나다.
< 브랜드 주변의 인명을 딴 사례 >
- 창업주의 이름을 따서 짓는 방식 (가장 일반적인 방식) : 샤넬, 버버리, 루이비통
- 창업주의 친척의 이름을 따서 짓는 방식 : 미스 디올(향수) (디올의 사촌의 부르던 애칭)
- 친구의 이름을 따서 지은 이름 : 산토스 드 까르띠에 (창업주 루이 까르띠에의 친구로 당대 잘나가던 트랜드세터 '산토스 뒤몽'의 이름을 따서 지음)
- 부인을 부르는 애칭에서 따온 이름 : 시몬느 (독일어로 당신이라는 뜻, 명품 브랜드 핸드백 제조사 '시몬느' 박은관회장이 아내를 부르던 애칭)
- 제품의 기원에 관계된 인물에게서 따온 사례 : 동 페리뇽 (샹파뉴 지방의 성 베드로 사원의 동페리뇽 신부에게서 따온 이름. 샴페인을 처음 발견)
최근 히트작 중에서는 이렇게 이름을 지은 하이엔드 형 제품이 있다면 , 프리미엄 메트리스인 ' 몽제 매트리스'를 들 수 있다. 몽제라는 이름은 모리스 라크르와와 유사하게 몽제라는 직원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몽제매트리스 역시 40만원대에 아주 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실제 온라인 판매가 용이하지 않다고 알려진 고가격과 체험형 제품이라는 이중 허들을 돌파하는데 하이엔드형으로 작명한 독특한 '몽제'라는 이름이 어느정도의 역할을 했을 지 궁금하다. 몽제 매트리스는 센스맘과 같은 저가의 모델을 다 뒤로 하고 매트리스 카테고리에서 평판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사람의 이름을 딴 브랜드의 장단점이 있다. 스토리의 지향점이 사람으로 분명하며, 브랜드과 왠지 친근하게 느껴지는 장점이 있다. 반면 낯선 사람의 이름은 알리기에 시간이 걸리며 이름 자체가 제품이나 특성을 전혀 나타내주지 않기에 초기 홍보에 애로가 많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