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전 세계 프리미엄 시장에서 두 가지가 동시에 폭발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와 '웰니스'. 그런데 이 두 영역이 따로 노는 게 아니라, 점점 하나로 합쳐지고 있다. 공연장에서 명상을 하고, 스파에서 라이브 음악을 듣고, 아파트 단지 안에 MRI 클리닉이 들어서는 시대. 13개 나라에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나라별로 핵심만 짚었다.
🇸🇬 싱가포르 — 아시아 웰니스의 수도를 선언하다
싱가포르가 '도시형 웰니스'의 글로벌 허브로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웰니스 연구소(GWI)에 따르면 싱가포르 웰니스 경제는 204억 달러(약 29조 원) 규모로, 코로나 이전보다 35% 커졌다. 성장률 연 7.79%로 세계 10위다.
무엇이 이 성장을 이끌까? 부티크 피트니스다. 싱가포르의 부티크짐(소규모 프리미엄 체육관) 회원은 월 180~220달러(약 25~30만 원)를 쓴다. 일반 헬스장의 2배다. 그런데도 회원 유지율이 89%에 달한다. 비싸도 떠나지 않는다. 그만큼 경험의 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2026년 싱가포르 웰니스의 핵심 키워드는 '장-피부-뇌 연결축(Gut-Skin-Brain Axis)'이다. 쉽게 말하면, 장 건강이 피부와 정신 건강을 동시에 결정한다는 개념이다.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를 먹으면 피부가 좋아지고 기분도 나아진다? 바로 그 원리를 하나의 웰니스 프로그램으로 묶는 것이다. 싱가포르관광청은 이 흐름에 맞춰 'PowerMoves'와 'Nowhere'라는 새로운 홀리스틱 웰니스 브랜드 론칭을 예고했다.
엔터테인먼트에서는 일본 NHK와 싱가포르 Mediacorp이 첫 공동 드라마 'Lost and Found'를 제작했다. 2026년 3월 양국 수교 60주년 기념으로 방영된다. 아시아 콘텐츠 공동 제작의 새로운 물꼬다.
🇹🇼 대만 — 온천과 한방으로 웰니스 투어리즘에 합류
대만은 아시아태평양 웰니스 투어리즘 급성장 흐름에 올라탔다. 대만의 무기는 온천이다. 전국에 수백 개의 온천이 있는데, 여기에 전통 한방 웰니스를 결합한 프리미엄 리트릿이 늘어나고 있다. 온천수에 몸을 담그면서 한방 약초 치료를 받고, 전통 차를 마시는 — 이런 패키지가 외국인 관광객에게 먹힌다.
엔터테인먼트에서는 ROCK X Stream이라는 새로운 울트라 프리미엄 페이TV가 대만·홍콩·태국에서 동시 론칭했다. Apple TV+, Amazon Prime Video, MGM+ 등 여러 스트리밍 서비스의 히트작을 한 채널에서 볼 수 있게 큐레이션한 것이다. 스트리밍 구독이 너무 많아진 시대, '하나만 보면 다 볼 수 있는' 프리미엄 채널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대만창의콘텐츠진흥원(TAICCA)은 한국의 KOCCA(한국콘텐츠진흥원)를 벤치마킹해 대만 콘텐츠의 글로벌 수출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이 K-콘텐츠로 세계를 뒤흔든 모델을 대만이 따라가겠다는 것이다.
🇯🇵 일본 — 애니메이션은 세계 정복 중, 온천은 럭셔리가 됐다
일본 콘텐츠 산업의 기세가 무섭다. 실사 영화 '국보'가 일본 역대 실사 영화 최고 흥행 182억 엔(약 1,680억 원)을 기록했고,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역대 최고 흥행 애니메이션에 등극했다. 일본애니메이션협회는 콘텐츠 산업 매출 목표를 2033년까지 20조 엔(약 185조 원)으로 잡았다. 현재 4.7조 엔의 4배 이상이다.
한일 콘텐츠 협업도 가속되고 있다. 닛폰TV와 CJ ENM이 첫 공동 제작 로맨틱 코미디 'Merry Berry Love'를 2026년 공개한다. 한국과 일본, 아시아 콘텐츠 양대 강국이 손을 잡는 흐름이다.
웰니스에서 일본의 최대 수출품은 '삼림욕(Shinrin-yoku)'이다. 숲 속을 천천히 걸으며 나무의 향기와 소리를 온몸으로 느끼는 것.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2026년 웰니스 트래블 핵심 트렌드로 꼽았다. 일본에서 시작된 '헤드 스파'도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두피를 진단한 뒤 맞춤 마사지와 트리트먼트를 하는 서비스인데, 중동과 유럽의 럭셔리 호텔들이 앞다투어 도입 중이다.
온천 리조트도 초럭셔리로 진화했다. 닛세코에 Ritz-Carlton이, 벳부에 InterContinental이 들어섰다. 교토에는 Capella Kyoto가 프라이빗 온천룸 3개를 갖춘 Auriga Spa와 함께 오픈 예정이다. 일본의 온천은 더 이상 유카타(목욕 가운) 입고 노천탕에 들어가는 소박한 경험이 아니다. 1박에 수백만 원짜리 럭셔리 웰니스 체험이 되고 있다.
🇭🇰 홍콩 — IP 메가이벤트의 새로운 성지
홍콩에서 역대급 이벤트가 열린다. 'CON-CON® HONG KONG 2026'. 4월 4~5일 AsiaWorld-Expo에서 열리는 세계 최초 아시아 IP·트렌드컬처 메가이벤트다. 건담, 고지라, 주술회전 같은 대형 IP가 총출동하고, 음악 페스티벌까지 결합된다. 콘서트, 팬 미팅, 신제품 론칭, 토크쇼가 이틀 동안 쏟아진다. 홍콩이 아시아 IP 비즈니스의 허브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선언이다.
라이브 뮤직 시장도 활활 타오르고 있다. 2025년 3월 개장한 카이탁 신 스타디움에서 콜드플레이가 4일간 18만 4천 명을 동원했다. PwC에 따르면 홍콩 라이브 뮤직 매출은 2029년까지 2.18억 달러(약 3,050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홍콩 전체 E&M(엔터테인먼트·미디어) 산업은 2029년 150억 달러(약 21조 원) 규모로, OTT 비디오와 인터넷 광고가 성장을 이끈다.
웰니스에서는 '글로케이션(Glowcation)' 트렌드에 합류했다. 홍콩의 럭셔리 호텔 스파들이 단순 마사지에서 벗어나, 뷰티 트리트먼트와 웰니스 프로그램을 통합한 패키지를 내놓고 있다.
🇦🇺 호주 — 아파트에 MRI를 넣는 나라
호주에서 세계에서 가장 과감한 웰니스 실험이 벌어지고 있다. 멜버른 Docklands에 17억 달러(약 2.4조 원) 규모의 'Elysium Fields'가 건설 중이다. 1,700세대 럭셔리 아파트 단지인데, 이 안에 MRI, 뇌 스캔, 혈액검사를 하는 역노화 메디컬 클리닉이 들어간다. 주민 전용 어메니티로 크라이오테라피(초저온 냉기 치료), IV 인퓨전(정맥 영양 주사), 적외선 사우나, PEMF 베드(전자기 펄스 세포 재생 침대)가 제공된다. 헬스장이나 수영장처럼, 건강 검진과 바이오해킹 장비를 아파트 주민이 일상적으로 쓸 수 있게 한 것이다. 글로벌 웰니스 서밋이 '론제비티 레지덴스(장수 주거)'를 2026년 10대 트렌드로 꼽은 대표 사례다.
호주 웰니스 호텔 시장도 진화 중이다. Salter Brothers Hospitality의 'Èliva' 브랜드가 2026년 초 뉴사우스웨일스에 3개 플래그십을 동시 론칭했다. LED 마스크, PEMF 리커버리 라운지 등 첨단 장비를 호텔 스파에 도입한 콘셉트다.
엔터테인먼트에서는 Fever의 캔들라이트 콘서트가 호주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이머시브(몰입형) 경험 시장을 키우고 있다.
🇮🇹 이탈리아 — 테르메(온천)가 과학을 만나다
이탈리아에 새로운 종류의 스파가 등장했다. 레이크 코모 EDITION 호텔이 2026년 3월 'The Longevity SPA'를 열었다. 기존 스파와 뭐가 다른가? '론제비티 스위트(Longevity Suite)'와 협업해서 세포 재생, 대사 균형, 정밀 진단에 기반한 과학적 접근을 한다. 시그니처 트리트먼트 'Iki-Sabi Ritual'은 해초 랩, 발효 성분 마사지 등을 결합한 럭셔리 프로그램이다. 미쉐린 3스타 셰프 마우로 콜라그레코(Mauro Colagreco)의 파인다이닝과 라이브 엔터테인먼트가 웰니스와 하나로 묶여 있다. 저녁에 고급 식사를 하고, 다음 날 아침 세포 재생 트리트먼트를 받는 식이다.
사르데냐에는 W Sardinia – Poltu Quatu가 4월 오픈하고, 카올레에는 4,000㎡ 규모의 성인전용 웰니스센터 Cavallino Bianco가 들어선다. 토스카나와 돌로미테 지역에서는 천연 광천수와 디톡스·스트레스 치료를 결합한 신규 스파 시설이 대규모로 개발되고 있다. 이탈리아의 전통 테르메(Terme, 온천) 문화가 '론제비티 뷰티' 트렌드와 만나면서, 단순한 온천 관광에서 과학 기반 안티에이징 목적지로 진화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에서는 이탈리아 Studio Bozzetto와 일본 요미우리TV가 공동 제작한 애니메이션 'Pino & Shinoby'가 2026년에 공개된다. 유럽과 일본의 애니메이션 협업이라는 새로운 모델이다.
🇺🇸 미국 — Sphere가 바꾼 엔터테인먼트의 정의
라스베이거스 Sphere(스피어)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백스트리트보이즈는 2026년 2월까지 추가 공연을 잡았고, 이글스도 원래 11월 종료 예정이었지만 2026년 1월에 4회를 더 추가했다. 퀸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는 Sphere에서 이글스 공연을 본 뒤 레지던시를 검토 중이다. 티켓값이 수십만 원인데도 매번 매진이다. 360도 LED 스크린, 16만 개 스피커, 바람과 냄새까지 — '보는' 게 아니라 '존재하는' 경험을 팔기 때문이다.
이머시브(몰입형)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미국만 2033년까지 2,810억 달러(약 393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라이브 체험 플랫폼 Fever는 100개 이상 도시에서 캔들라이트 콘서트를 운영 중이다. 교회나 옛 극장에 수천 개 촛불을 켜고 클래식이나 팝 음악을 연주하는 형식인데, 분위기 자체가 상품이다.
스포츠도 이머시브로 간다. NBA가 Apple Vision Pro(공간 컴퓨팅 헤드셋)로 LA 레이커스 경기를 '코트사이드 시점'으로 프리미엄 스트리밍하기 시작했다. TV 앞 소파가 아니라, 선수 바로 옆에 앉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을 파는 것이다.
웰니스에서는 패션과의 융합이 눈에 띈다. Dior가 미국 최초의 상설 스파를 열었다. '오트 쿠튀르 페이셜'이라는 시그니처 서비스가 화제다. 글로벌 웰니스 시장은 2조 달러(약 2,800조 원) 규모인데, Gen Z와 밀레니얼이 전체 지출의 41%를 차지한다. 이 세대는 물건보다 경험에 돈을 쓴다.
🇨🇳 중국 — 숏드라마가 영화관을 이겼다
중국 콘텐츠 산업에서 혁명이 일어났다. 바이트댄스(틱톡 모회사)의 숏드라마 앱 '홍궈(红果短剧)'가 2025년 3분기 월간 사용자 2억 3,600만 명을 돌파했다. 유쿠와 빌리빌리를 한꺼번에 추월하고, 중국 온라인 비디오 업계 4위에 올랐다.
하루 평균 사용 시간이 100분 이상이다. 1~5분짜리 에피소드인데 어떻게 100분이냐? 매 에피소드 끝에 강력한 클리프행어가 걸려서, "다음 편"을 누르지 않을 수 없다. 1분짜리를 50번 연속으로 보게 되는 것이다.
돈으로 보면 더 충격적이다. 중국 숏드라마 시장은 504억 위안(약 9.5조 원)으로, 같은 해 중국 극장 박스오피스 매출을 사상 처음으로 추월했다. 1분짜리 핸드폰 드라마에 2시간짜리 극장 영화보다 더 많은 돈이 몰린 것이다. 중국의 넷플릭스격인 iQIYI(아이치이)조차 홍궈와 손잡고 프리미엄 숏드라마를 공동 제작하기로 했다. 장편의 왕이 숏폼에 맞서기보다 합류한 것이다.
2026년 핵심 키워드는 'AI 실사 숏드라마'다. AI가 실제 사람처럼 보이는 영상을 만들어내면서 제작비가 분당 1,000위안(약 14만 원)까지 떨어졌다. 더빙·번역도 AI가 수초 만에 해결한다. 이건 하나의 숏드라마가 동시에 전 세계 시장에 깔릴 수 있다는 뜻이다.
극장 영화도 건재하다. '나타2(哪吒2)'가 글로벌 박스오피스 20억 달러 이상을 기록하며, 2025년 중국 박스오피스를 70억 달러 이상(전년 대비 20% 증가)으로 끌어올렸다.
웰니스에서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9,500억 달러(약 1,330조 원) 규모다. 더우인(중국판 틱톡) 기반의 웰니스 제품 라이브커머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건강식품을 라이브 방송으로 팔면서, 콘텐츠와 쇼핑의 경계가 완전히 무너지고 있다.
🇬🇧 영국 — K-뷰티 11초에 1개 판매, 그리고 Six Senses 상륙
영국 웰니스 시장의 빅 뉴스는 Six Senses London의 개업이다. 2026년 3월 1일, 런던의 역사적 Whiteleys 백화점 재개발 부지에 문을 열었다. 마그네슘 풀(근육 이완에 좋은 마그네슘 성분 수영장), 크라이오테라피 챔버 등 월드클래스 시설을 갖췄다.
더 흥미로운 건 K-뷰티의 영국 침투 속도다. 영국 최대 뷰티 리테일러 Boots의 2026 리포트에 따르면, K-뷰티 매출이 전년 대비 5배 증가했다. 한국 스킨케어 제품이 11초에 1개씩 팔린다. 2026년에는 스킨케어를 넘어 K-프래그런스(향수), K-헤어케어, K-파마시(건강기능식품)까지 카테고리가 확장된다. 영국 소비자의 40%가 웰니스를 뷰티 루틴의 필수로 인식하고 있다.
쇼핑 방식도 바뀌고 있다. 영국 소비자의 46%가 팝업스토어, 브랜드 콜라보, 커뮤니티 이벤트 같은 '이머시브 리테일(몰입형 쇼핑)' 경험을 원한다. 물건을 사는 게 아니라 경험을 사는 시대다.
엔터테인먼트에서는 기예르모 델토로 감독의 '프랑켄슈타인' 이머시브 전시가 런던에서 화제를 모았다. 스코틀랜드 등 지방도시에서는 디지털 디톡스 프로그램과 웰니스·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주말 리트릿이 확산되고 있다.
🇫🇷 프랑스 — 19세기 온천도시의 21세기 부활
프랑스의 역사적 온천도시 비시(Vichy)가 대변신 중이다. 19세기에 유럽 귀족들이 찾던 테르말리즘(Thermalisme, 프랑스식 온천 치료) 전통을 현대적으로 리노베이션하는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온천수 치료를 받고, 와이너리를 방문하고, 로컬 허브 스킨케어를 체험하는 '비시 글로케이션' 패키지가 등장했다.
말요르카에는 Mandarin Oriental Punta Negra가 2026년 봄 오픈한다. 9개 트리트먼트 캐빈과 하이드로마사지 풀을 갖추고, 동양적 웰빙 철학을 접목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프랑스는 여전히 글로벌 프리미엄 엔터테인먼트 이벤트의 중심이다. 2026 칸 영화제(5월 12~23일), 칸 라이언즈(6월 22~26일)가 예정되어 있다. 프랑스 남부에서는 '글로케이션(Glowcation)' 트렌드가 특히 강하다. 뷰티 트리트먼트와 문화 체험을 결합한 웰니스 여행이 인기다.
🇩🇪 독일 — 세계 3위 웰니스 경제, 하이킹 후 온천이 공식
독일은 웰니스 경제 규모 2,810억 달러(약 393조 원)로 세계 3위다. 미국, 중국 다음이다.
독일의 차별점은 '움직임과 회복의 결합'이다. 블랙포레스트(검은 숲) 지역의 스파들이 대규모 현대화 투자를 받고 있다. 독일에는 'Kur(쿠어)'라는 전통이 있다. 온천 치료를 통한 건강 회복인데, 이걸 프리미엄 론제비티(장수) 프로그램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독일식 글로케이션은 이렇다. 오전에 알프스 하이킹 3시간 → 오후에 전통 테르말 스파 입욕 → 저녁에 지역 약초 워크숍. 몸을 혹사시킨 뒤 회복하는 순서가 설계되어 있다.
엔터테인먼트에서는 베를린국제영화제(Berlinale, 2월 12~22일)가 정치·사회적 시네마에 포커스한 프리미엄 아트하우스 콘텐츠의 쇼케이스로 열렸다. 독일 클라이밍짐(암벽등반 체육관) 시장도 올림픽 효과와 웰니스 투어리즘의 바람을 타고 급성장 중이다.
🇳🇴🇸🇪🇫🇮🇩🇰 북유럽 — 사우나가 세계를 정복하다
북유럽의 사우나-냉수 입수 콘트라스트 테라피가 2026년 글로벌 최대 웰니스 트렌드 중 하나로 떠올랐다. 소셜미디어에서 관련 게시물이 520만 건을 넘겼다. 방법은 원시적이다. 뜨거운 사우나에 들어갔다가, 영하의 호수에 풍덩 뛰어든다. 스마트워치도 없고, AI 코치도 없다. 몸이 느끼는 감각이 전부다.
핀란드에는 인구 550만 명에 사우나가 320만 개다. 사우나가 국가 정체성의 일부인 나라다. '시수(SISU)'라는 핀란드 고유의 정신 — 역경 속에서도 끈기 있게 버티는 힘 — 이 이 전통에 녹아 있다.
북유럽 웰니스 소비자 트렌드의 3대 키워드는 '예방, 개인맞춤, 전문성'이다. AI 기반 맞춤 영양 솔루션이 '프리미엄 옵션'이 아니라 '기본 기대치'로 바뀌고 있다. 덴마크와 스웨덴은 기후 긍정적 스파 건축의 글로벌 모범 사례로 떠올랐다. 라플란드에서는 디지털 디톡스 프로그램이 웰니스 투어리즘의 새로운 카테고리로 자리 잡는 중이다.
🇦🇪 중동(UAE·두바이) — 럭셔리의 정의가 바뀌었다
두바이의 트렌드가 흥미롭다. 지난 몇 년간 두바이는 '화려하고 시끄럽고 보여주기 좋은' 것이 럭셔리였다. 2026년, 분위기가 바뀌었다. '조용한 럭셔리' 다이닝이 트렌드다. 프라이버시, 차분한 조명, 조용한 대화. "보이지 않는 것이 바이브"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웰니스에서는 '소셜 웰니스 클럽'이 급부상했다. 기존 헬스장과 다르다. 운동, 리커버리(회복), 커뮤니티(사교)를 한 공간에 통합한 프리미엄 멤버십 클럽이다. 스위스 명문 Clinique La Prairie의 Longevity Hub가 두바이에서 론제비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Jumeirah Marsa Al Arab에는 하이퍼바릭 산소챔버(고압 산소 치료기)가 도입됐다.
Mall of the Emirates는 600석 규모 New Covent Garden Theatre를 쇼핑몰 안에 열었다. 라이브 공연, 파인다이닝, 웰니스 프로그램이 한 공간에서 이뤄진다. 쇼핑몰이 '체험 목적지'가 된 것이다.
엔터테인먼트에서는 ATM 2026(아라비안 트래블 마켓)이 Ultra Luxury Lounge를 신설해 초고순자산 여행객과 럭셔리 브랜드·프라이빗 제트를 직접 연결한다. 중동의 아웃바운드 럭셔리 여행은 글로벌 평균 대비 2배 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여행당 지출은 글로벌 평균보다 50% 높다.
다만 리스크도 있다. 서아시아 지정학적 긴장이 K-pop 월드투어와 팬미팅 등 한국 엔터 사업에 직접적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 빅4 기획사 시가총액이 3조 6천억 원 감소했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은 오히려 주가 하락을 매수 기회로 보고 보유량을 늘리고 있다. K-콘텐츠의 장기적 성장력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신뢰가 유지되고 있다는 신호다.
13개국을 관통하는 5가지 메가 트렌드
전 세계를 돌아본 결과, 나라는 달라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① 장수(Longevity)가 집으로 들어왔다. 호주의 Elysium Fields, 미국의 Velvaere, 태국의 Tri Vananda — 클리닉에 가는 게 아니라 클리닉이 있는 곳에 산다. 부동산의 새로운 프리미엄은 '건강수명 지원 역량'이다.
② 숏드라마가 장편을 위협한다. 중국 홍궈(2.36억 MAU)가 박스오피스를 추월했다. AI가 제작비를 분당 14만 원까지 낮추고, 번역을 수초 만에 해결하면서 글로벌 확산이 가속되고 있다.
③ '보는' 엔터테인먼트에서 '존재하는' 엔터테인먼트로. Sphere, NBA 이머시브 스트리밍, IP 체험 이벤트 — 관람이 사라지고 체험만 남는 시대가 왔다.
④ 과잉최적화에 지친 사람들이 감각으로 돌아간다. 북유럽 사우나, 웰니스 페스티벌, 조용한 럭셔리 다이닝 — 데이터 대시보드를 끄고 몸이 원하는 것을 하는 흐름.
⑤ 여성 론제비티 시장이 열린다. 910억 달러 규모의 여성 건강 시장에서 갱년기·호르몬·스킨 론제비티가 독립적 프리미엄 카테고리로 부상 중이다.
한국은 이 다섯 가지 트렌드 모두에서 강력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K-콘텐츠의 스토리텔링 역량, K-뷰티의 글로벌 지배력, 세계 최고 수준의 건강검진 인프라, 찜질방·사찰 음식·템플스테이라는 웰니스 원석. 문제는 이 자산들을 '개별 상품'이 아니라 '하나의 내러티브'로 묶는 것이다. 그 내러티브를 먼저 완성하는 기업이, 글로벌 프리미엄 시장의 다음 주인공이 된다.
지금 전 세계 프리미엄 시장에서 두 가지가 동시에 폭발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와 '웰니스'. 그런데 이 두 영역이 따로 노는 게 아니라, 점점 하나로 합쳐지고 있다. 공연장에서 명상을 하고, 스파에서 라이브 음악을 듣고, 아파트 단지 안에 MRI 클리닉이 들어서는 시대. 13개 나라에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나라별로 핵심만 짚었다.
🇸🇬 싱가포르 — 아시아 웰니스의 수도를 선언하다
싱가포르가 '도시형 웰니스'의 글로벌 허브로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웰니스 연구소(GWI)에 따르면 싱가포르 웰니스 경제는 204억 달러(약 29조 원) 규모로, 코로나 이전보다 35% 커졌다. 성장률 연 7.79%로 세계 10위다.
무엇이 이 성장을 이끌까? 부티크 피트니스다. 싱가포르의 부티크짐(소규모 프리미엄 체육관) 회원은 월 180~220달러(약 25~30만 원)를 쓴다. 일반 헬스장의 2배다. 그런데도 회원 유지율이 89%에 달한다. 비싸도 떠나지 않는다. 그만큼 경험의 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2026년 싱가포르 웰니스의 핵심 키워드는 '장-피부-뇌 연결축(Gut-Skin-Brain Axis)'이다. 쉽게 말하면, 장 건강이 피부와 정신 건강을 동시에 결정한다는 개념이다.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를 먹으면 피부가 좋아지고 기분도 나아진다? 바로 그 원리를 하나의 웰니스 프로그램으로 묶는 것이다. 싱가포르관광청은 이 흐름에 맞춰 'PowerMoves'와 'Nowhere'라는 새로운 홀리스틱 웰니스 브랜드 론칭을 예고했다.
엔터테인먼트에서는 일본 NHK와 싱가포르 Mediacorp이 첫 공동 드라마 'Lost and Found'를 제작했다. 2026년 3월 양국 수교 60주년 기념으로 방영된다. 아시아 콘텐츠 공동 제작의 새로운 물꼬다.
🇹🇼 대만 — 온천과 한방으로 웰니스 투어리즘에 합류
대만은 아시아태평양 웰니스 투어리즘 급성장 흐름에 올라탔다. 대만의 무기는 온천이다. 전국에 수백 개의 온천이 있는데, 여기에 전통 한방 웰니스를 결합한 프리미엄 리트릿이 늘어나고 있다. 온천수에 몸을 담그면서 한방 약초 치료를 받고, 전통 차를 마시는 — 이런 패키지가 외국인 관광객에게 먹힌다.
엔터테인먼트에서는 ROCK X Stream이라는 새로운 울트라 프리미엄 페이TV가 대만·홍콩·태국에서 동시 론칭했다. Apple TV+, Amazon Prime Video, MGM+ 등 여러 스트리밍 서비스의 히트작을 한 채널에서 볼 수 있게 큐레이션한 것이다. 스트리밍 구독이 너무 많아진 시대, '하나만 보면 다 볼 수 있는' 프리미엄 채널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대만창의콘텐츠진흥원(TAICCA)은 한국의 KOCCA(한국콘텐츠진흥원)를 벤치마킹해 대만 콘텐츠의 글로벌 수출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이 K-콘텐츠로 세계를 뒤흔든 모델을 대만이 따라가겠다는 것이다.
🇯🇵 일본 — 애니메이션은 세계 정복 중, 온천은 럭셔리가 됐다
일본 콘텐츠 산업의 기세가 무섭다. 실사 영화 '국보'가 일본 역대 실사 영화 최고 흥행 182억 엔(약 1,680억 원)을 기록했고,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역대 최고 흥행 애니메이션에 등극했다. 일본애니메이션협회는 콘텐츠 산업 매출 목표를 2033년까지 20조 엔(약 185조 원)으로 잡았다. 현재 4.7조 엔의 4배 이상이다.
한일 콘텐츠 협업도 가속되고 있다. 닛폰TV와 CJ ENM이 첫 공동 제작 로맨틱 코미디 'Merry Berry Love'를 2026년 공개한다. 한국과 일본, 아시아 콘텐츠 양대 강국이 손을 잡는 흐름이다.
웰니스에서 일본의 최대 수출품은 '삼림욕(Shinrin-yoku)'이다. 숲 속을 천천히 걸으며 나무의 향기와 소리를 온몸으로 느끼는 것.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2026년 웰니스 트래블 핵심 트렌드로 꼽았다. 일본에서 시작된 '헤드 스파'도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두피를 진단한 뒤 맞춤 마사지와 트리트먼트를 하는 서비스인데, 중동과 유럽의 럭셔리 호텔들이 앞다투어 도입 중이다.
온천 리조트도 초럭셔리로 진화했다. 닛세코에 Ritz-Carlton이, 벳부에 InterContinental이 들어섰다. 교토에는 Capella Kyoto가 프라이빗 온천룸 3개를 갖춘 Auriga Spa와 함께 오픈 예정이다. 일본의 온천은 더 이상 유카타(목욕 가운) 입고 노천탕에 들어가는 소박한 경험이 아니다. 1박에 수백만 원짜리 럭셔리 웰니스 체험이 되고 있다.
🇭🇰 홍콩 — IP 메가이벤트의 새로운 성지
홍콩에서 역대급 이벤트가 열린다. 'CON-CON® HONG KONG 2026'. 4월 4~5일 AsiaWorld-Expo에서 열리는 세계 최초 아시아 IP·트렌드컬처 메가이벤트다. 건담, 고지라, 주술회전 같은 대형 IP가 총출동하고, 음악 페스티벌까지 결합된다. 콘서트, 팬 미팅, 신제품 론칭, 토크쇼가 이틀 동안 쏟아진다. 홍콩이 아시아 IP 비즈니스의 허브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선언이다.
라이브 뮤직 시장도 활활 타오르고 있다. 2025년 3월 개장한 카이탁 신 스타디움에서 콜드플레이가 4일간 18만 4천 명을 동원했다. PwC에 따르면 홍콩 라이브 뮤직 매출은 2029년까지 2.18억 달러(약 3,050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홍콩 전체 E&M(엔터테인먼트·미디어) 산업은 2029년 150억 달러(약 21조 원) 규모로, OTT 비디오와 인터넷 광고가 성장을 이끈다.
웰니스에서는 '글로케이션(Glowcation)' 트렌드에 합류했다. 홍콩의 럭셔리 호텔 스파들이 단순 마사지에서 벗어나, 뷰티 트리트먼트와 웰니스 프로그램을 통합한 패키지를 내놓고 있다.
🇦🇺 호주 — 아파트에 MRI를 넣는 나라
호주에서 세계에서 가장 과감한 웰니스 실험이 벌어지고 있다. 멜버른 Docklands에 17억 달러(약 2.4조 원) 규모의 'Elysium Fields'가 건설 중이다. 1,700세대 럭셔리 아파트 단지인데, 이 안에 MRI, 뇌 스캔, 혈액검사를 하는 역노화 메디컬 클리닉이 들어간다. 주민 전용 어메니티로 크라이오테라피(초저온 냉기 치료), IV 인퓨전(정맥 영양 주사), 적외선 사우나, PEMF 베드(전자기 펄스 세포 재생 침대)가 제공된다. 헬스장이나 수영장처럼, 건강 검진과 바이오해킹 장비를 아파트 주민이 일상적으로 쓸 수 있게 한 것이다. 글로벌 웰니스 서밋이 '론제비티 레지덴스(장수 주거)'를 2026년 10대 트렌드로 꼽은 대표 사례다.
호주 웰니스 호텔 시장도 진화 중이다. Salter Brothers Hospitality의 'Èliva' 브랜드가 2026년 초 뉴사우스웨일스에 3개 플래그십을 동시 론칭했다. LED 마스크, PEMF 리커버리 라운지 등 첨단 장비를 호텔 스파에 도입한 콘셉트다.
엔터테인먼트에서는 Fever의 캔들라이트 콘서트가 호주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이머시브(몰입형) 경험 시장을 키우고 있다.
🇮🇹 이탈리아 — 테르메(온천)가 과학을 만나다
이탈리아에 새로운 종류의 스파가 등장했다. 레이크 코모 EDITION 호텔이 2026년 3월 'The Longevity SPA'를 열었다. 기존 스파와 뭐가 다른가? '론제비티 스위트(Longevity Suite)'와 협업해서 세포 재생, 대사 균형, 정밀 진단에 기반한 과학적 접근을 한다. 시그니처 트리트먼트 'Iki-Sabi Ritual'은 해초 랩, 발효 성분 마사지 등을 결합한 럭셔리 프로그램이다. 미쉐린 3스타 셰프 마우로 콜라그레코(Mauro Colagreco)의 파인다이닝과 라이브 엔터테인먼트가 웰니스와 하나로 묶여 있다. 저녁에 고급 식사를 하고, 다음 날 아침 세포 재생 트리트먼트를 받는 식이다.
사르데냐에는 W Sardinia – Poltu Quatu가 4월 오픈하고, 카올레에는 4,000㎡ 규모의 성인전용 웰니스센터 Cavallino Bianco가 들어선다. 토스카나와 돌로미테 지역에서는 천연 광천수와 디톡스·스트레스 치료를 결합한 신규 스파 시설이 대규모로 개발되고 있다. 이탈리아의 전통 테르메(Terme, 온천) 문화가 '론제비티 뷰티' 트렌드와 만나면서, 단순한 온천 관광에서 과학 기반 안티에이징 목적지로 진화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에서는 이탈리아 Studio Bozzetto와 일본 요미우리TV가 공동 제작한 애니메이션 'Pino & Shinoby'가 2026년에 공개된다. 유럽과 일본의 애니메이션 협업이라는 새로운 모델이다.
🇺🇸 미국 — Sphere가 바꾼 엔터테인먼트의 정의
라스베이거스 Sphere(스피어)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백스트리트보이즈는 2026년 2월까지 추가 공연을 잡았고, 이글스도 원래 11월 종료 예정이었지만 2026년 1월에 4회를 더 추가했다. 퀸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는 Sphere에서 이글스 공연을 본 뒤 레지던시를 검토 중이다. 티켓값이 수십만 원인데도 매번 매진이다. 360도 LED 스크린, 16만 개 스피커, 바람과 냄새까지 — '보는' 게 아니라 '존재하는' 경험을 팔기 때문이다.
이머시브(몰입형)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미국만 2033년까지 2,810억 달러(약 393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라이브 체험 플랫폼 Fever는 100개 이상 도시에서 캔들라이트 콘서트를 운영 중이다. 교회나 옛 극장에 수천 개 촛불을 켜고 클래식이나 팝 음악을 연주하는 형식인데, 분위기 자체가 상품이다.
스포츠도 이머시브로 간다. NBA가 Apple Vision Pro(공간 컴퓨팅 헤드셋)로 LA 레이커스 경기를 '코트사이드 시점'으로 프리미엄 스트리밍하기 시작했다. TV 앞 소파가 아니라, 선수 바로 옆에 앉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을 파는 것이다.
웰니스에서는 패션과의 융합이 눈에 띈다. Dior가 미국 최초의 상설 스파를 열었다. '오트 쿠튀르 페이셜'이라는 시그니처 서비스가 화제다. 글로벌 웰니스 시장은 2조 달러(약 2,800조 원) 규모인데, Gen Z와 밀레니얼이 전체 지출의 41%를 차지한다. 이 세대는 물건보다 경험에 돈을 쓴다.
🇨🇳 중국 — 숏드라마가 영화관을 이겼다
중국 콘텐츠 산업에서 혁명이 일어났다. 바이트댄스(틱톡 모회사)의 숏드라마 앱 '홍궈(红果短剧)'가 2025년 3분기 월간 사용자 2억 3,600만 명을 돌파했다. 유쿠와 빌리빌리를 한꺼번에 추월하고, 중국 온라인 비디오 업계 4위에 올랐다.
하루 평균 사용 시간이 100분 이상이다. 1~5분짜리 에피소드인데 어떻게 100분이냐? 매 에피소드 끝에 강력한 클리프행어가 걸려서, "다음 편"을 누르지 않을 수 없다. 1분짜리를 50번 연속으로 보게 되는 것이다.
돈으로 보면 더 충격적이다. 중국 숏드라마 시장은 504억 위안(약 9.5조 원)으로, 같은 해 중국 극장 박스오피스 매출을 사상 처음으로 추월했다. 1분짜리 핸드폰 드라마에 2시간짜리 극장 영화보다 더 많은 돈이 몰린 것이다. 중국의 넷플릭스격인 iQIYI(아이치이)조차 홍궈와 손잡고 프리미엄 숏드라마를 공동 제작하기로 했다. 장편의 왕이 숏폼에 맞서기보다 합류한 것이다.
2026년 핵심 키워드는 'AI 실사 숏드라마'다. AI가 실제 사람처럼 보이는 영상을 만들어내면서 제작비가 분당 1,000위안(약 14만 원)까지 떨어졌다. 더빙·번역도 AI가 수초 만에 해결한다. 이건 하나의 숏드라마가 동시에 전 세계 시장에 깔릴 수 있다는 뜻이다.
극장 영화도 건재하다. '나타2(哪吒2)'가 글로벌 박스오피스 20억 달러 이상을 기록하며, 2025년 중국 박스오피스를 70억 달러 이상(전년 대비 20% 증가)으로 끌어올렸다.
웰니스에서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9,500억 달러(약 1,330조 원) 규모다. 더우인(중국판 틱톡) 기반의 웰니스 제품 라이브커머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건강식품을 라이브 방송으로 팔면서, 콘텐츠와 쇼핑의 경계가 완전히 무너지고 있다.
🇬🇧 영국 — K-뷰티 11초에 1개 판매, 그리고 Six Senses 상륙
영국 웰니스 시장의 빅 뉴스는 Six Senses London의 개업이다. 2026년 3월 1일, 런던의 역사적 Whiteleys 백화점 재개발 부지에 문을 열었다. 마그네슘 풀(근육 이완에 좋은 마그네슘 성분 수영장), 크라이오테라피 챔버 등 월드클래스 시설을 갖췄다.
더 흥미로운 건 K-뷰티의 영국 침투 속도다. 영국 최대 뷰티 리테일러 Boots의 2026 리포트에 따르면, K-뷰티 매출이 전년 대비 5배 증가했다. 한국 스킨케어 제품이 11초에 1개씩 팔린다. 2026년에는 스킨케어를 넘어 K-프래그런스(향수), K-헤어케어, K-파마시(건강기능식품)까지 카테고리가 확장된다. 영국 소비자의 40%가 웰니스를 뷰티 루틴의 필수로 인식하고 있다.
쇼핑 방식도 바뀌고 있다. 영국 소비자의 46%가 팝업스토어, 브랜드 콜라보, 커뮤니티 이벤트 같은 '이머시브 리테일(몰입형 쇼핑)' 경험을 원한다. 물건을 사는 게 아니라 경험을 사는 시대다.
엔터테인먼트에서는 기예르모 델토로 감독의 '프랑켄슈타인' 이머시브 전시가 런던에서 화제를 모았다. 스코틀랜드 등 지방도시에서는 디지털 디톡스 프로그램과 웰니스·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주말 리트릿이 확산되고 있다.
🇫🇷 프랑스 — 19세기 온천도시의 21세기 부활
프랑스의 역사적 온천도시 비시(Vichy)가 대변신 중이다. 19세기에 유럽 귀족들이 찾던 테르말리즘(Thermalisme, 프랑스식 온천 치료) 전통을 현대적으로 리노베이션하는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온천수 치료를 받고, 와이너리를 방문하고, 로컬 허브 스킨케어를 체험하는 '비시 글로케이션' 패키지가 등장했다.
말요르카에는 Mandarin Oriental Punta Negra가 2026년 봄 오픈한다. 9개 트리트먼트 캐빈과 하이드로마사지 풀을 갖추고, 동양적 웰빙 철학을 접목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프랑스는 여전히 글로벌 프리미엄 엔터테인먼트 이벤트의 중심이다. 2026 칸 영화제(5월 12~23일), 칸 라이언즈(6월 22~26일)가 예정되어 있다. 프랑스 남부에서는 '글로케이션(Glowcation)' 트렌드가 특히 강하다. 뷰티 트리트먼트와 문화 체험을 결합한 웰니스 여행이 인기다.
🇩🇪 독일 — 세계 3위 웰니스 경제, 하이킹 후 온천이 공식
독일은 웰니스 경제 규모 2,810억 달러(약 393조 원)로 세계 3위다. 미국, 중국 다음이다.
독일의 차별점은 '움직임과 회복의 결합'이다. 블랙포레스트(검은 숲) 지역의 스파들이 대규모 현대화 투자를 받고 있다. 독일에는 'Kur(쿠어)'라는 전통이 있다. 온천 치료를 통한 건강 회복인데, 이걸 프리미엄 론제비티(장수) 프로그램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독일식 글로케이션은 이렇다. 오전에 알프스 하이킹 3시간 → 오후에 전통 테르말 스파 입욕 → 저녁에 지역 약초 워크숍. 몸을 혹사시킨 뒤 회복하는 순서가 설계되어 있다.
엔터테인먼트에서는 베를린국제영화제(Berlinale, 2월 12~22일)가 정치·사회적 시네마에 포커스한 프리미엄 아트하우스 콘텐츠의 쇼케이스로 열렸다. 독일 클라이밍짐(암벽등반 체육관) 시장도 올림픽 효과와 웰니스 투어리즘의 바람을 타고 급성장 중이다.
🇳🇴🇸🇪🇫🇮🇩🇰 북유럽 — 사우나가 세계를 정복하다
북유럽의 사우나-냉수 입수 콘트라스트 테라피가 2026년 글로벌 최대 웰니스 트렌드 중 하나로 떠올랐다. 소셜미디어에서 관련 게시물이 520만 건을 넘겼다. 방법은 원시적이다. 뜨거운 사우나에 들어갔다가, 영하의 호수에 풍덩 뛰어든다. 스마트워치도 없고, AI 코치도 없다. 몸이 느끼는 감각이 전부다.
핀란드에는 인구 550만 명에 사우나가 320만 개다. 사우나가 국가 정체성의 일부인 나라다. '시수(SISU)'라는 핀란드 고유의 정신 — 역경 속에서도 끈기 있게 버티는 힘 — 이 이 전통에 녹아 있다.
북유럽 웰니스 소비자 트렌드의 3대 키워드는 '예방, 개인맞춤, 전문성'이다. AI 기반 맞춤 영양 솔루션이 '프리미엄 옵션'이 아니라 '기본 기대치'로 바뀌고 있다. 덴마크와 스웨덴은 기후 긍정적 스파 건축의 글로벌 모범 사례로 떠올랐다. 라플란드에서는 디지털 디톡스 프로그램이 웰니스 투어리즘의 새로운 카테고리로 자리 잡는 중이다.
🇦🇪 중동(UAE·두바이) — 럭셔리의 정의가 바뀌었다
두바이의 트렌드가 흥미롭다. 지난 몇 년간 두바이는 '화려하고 시끄럽고 보여주기 좋은' 것이 럭셔리였다. 2026년, 분위기가 바뀌었다. '조용한 럭셔리' 다이닝이 트렌드다. 프라이버시, 차분한 조명, 조용한 대화. "보이지 않는 것이 바이브"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웰니스에서는 '소셜 웰니스 클럽'이 급부상했다. 기존 헬스장과 다르다. 운동, 리커버리(회복), 커뮤니티(사교)를 한 공간에 통합한 프리미엄 멤버십 클럽이다. 스위스 명문 Clinique La Prairie의 Longevity Hub가 두바이에서 론제비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Jumeirah Marsa Al Arab에는 하이퍼바릭 산소챔버(고압 산소 치료기)가 도입됐다.
Mall of the Emirates는 600석 규모 New Covent Garden Theatre를 쇼핑몰 안에 열었다. 라이브 공연, 파인다이닝, 웰니스 프로그램이 한 공간에서 이뤄진다. 쇼핑몰이 '체험 목적지'가 된 것이다.
엔터테인먼트에서는 ATM 2026(아라비안 트래블 마켓)이 Ultra Luxury Lounge를 신설해 초고순자산 여행객과 럭셔리 브랜드·프라이빗 제트를 직접 연결한다. 중동의 아웃바운드 럭셔리 여행은 글로벌 평균 대비 2배 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여행당 지출은 글로벌 평균보다 50% 높다.
다만 리스크도 있다. 서아시아 지정학적 긴장이 K-pop 월드투어와 팬미팅 등 한국 엔터 사업에 직접적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 빅4 기획사 시가총액이 3조 6천억 원 감소했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은 오히려 주가 하락을 매수 기회로 보고 보유량을 늘리고 있다. K-콘텐츠의 장기적 성장력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신뢰가 유지되고 있다는 신호다.
13개국을 관통하는 5가지 메가 트렌드
전 세계를 돌아본 결과, 나라는 달라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① 장수(Longevity)가 집으로 들어왔다. 호주의 Elysium Fields, 미국의 Velvaere, 태국의 Tri Vananda — 클리닉에 가는 게 아니라 클리닉이 있는 곳에 산다. 부동산의 새로운 프리미엄은 '건강수명 지원 역량'이다.
② 숏드라마가 장편을 위협한다. 중국 홍궈(2.36억 MAU)가 박스오피스를 추월했다. AI가 제작비를 분당 14만 원까지 낮추고, 번역을 수초 만에 해결하면서 글로벌 확산이 가속되고 있다.
③ '보는' 엔터테인먼트에서 '존재하는' 엔터테인먼트로. Sphere, NBA 이머시브 스트리밍, IP 체험 이벤트 — 관람이 사라지고 체험만 남는 시대가 왔다.
④ 과잉최적화에 지친 사람들이 감각으로 돌아간다. 북유럽 사우나, 웰니스 페스티벌, 조용한 럭셔리 다이닝 — 데이터 대시보드를 끄고 몸이 원하는 것을 하는 흐름.
⑤ 여성 론제비티 시장이 열린다. 910억 달러 규모의 여성 건강 시장에서 갱년기·호르몬·스킨 론제비티가 독립적 프리미엄 카테고리로 부상 중이다.
한국은 이 다섯 가지 트렌드 모두에서 강력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K-콘텐츠의 스토리텔링 역량, K-뷰티의 글로벌 지배력, 세계 최고 수준의 건강검진 인프라, 찜질방·사찰 음식·템플스테이라는 웰니스 원석. 문제는 이 자산들을 '개별 상품'이 아니라 '하나의 내러티브'로 묶는 것이다. 그 내러티브를 먼저 완성하는 기업이, 글로벌 프리미엄 시장의 다음 주인공이 된다.
이주안 | 하이엔드전략연구소장 | hesi.research@gmail.com ⓒ 하이엔드전략연구소(HESI) & 하이엔드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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